재계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과세방침이 대법원 판례에 위배될 뿐 아니라 과세기준도 모호하고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단순하게 일감이 집중되는 거래행위 자체를 문제 삼아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효율적 경영을 저해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단지 물량 몰아주기를 한 데 대해 과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또 현저하게 유리하게 거래를 한 경우 공정거래법 23조1항7호로 제재할 수 있지 않느냐"며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현행 법령과 제도를 활용하면 되는데 사후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법에 '회사기회'를 특정인에게 몰아주면 이사가 책임 지고 벌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이 있고 공정거래법으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규모의 경제'를 가로막아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유성기업으로부터 피스톤링 물량의 70%를 공급받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위해 효율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감 집중에 대해 과세하면 기업들의 비용을 높여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비용 상승분을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재계는 시스템통합(SI) 자회사 등을 둬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관행 역시 기업보안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 통신회사인 NTT가 자회사로 NTT데이터를 둔 이유는 보안 등 기업 안전성을 위한 판단"이라며 "업종의 특수성을 무시하면 농협 해킹 사고와 같은 사태가 빈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또 과세는 조세수입을 위해 세금을 걷는 수단이므로 징벌을 위한 제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달리 과세 대상으로 지목된 기업 대부분은 정부를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SDS 지분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이 회사의 영업이익 자체가 많지 않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산은 회사 보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계열사에 맡기는 것인데 구체적인 과세기준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로 2조원 이상 이익을 본 것으로 지목되는 현대차는 공식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이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세제개편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수익을 낸 SK 측은 "검토 중인 방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며 롯데도 "정부 정책을 놓고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