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가 금리인하 여부 촉각

월가의 1월과 2월 풍경이 너무 판이하다. 지난 1월에 2000년의 하락을 만회하려는 듯 기세등등한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가 2월 들어 산적한 악재로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이제 뉴욕 증시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재료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 폭락세로 출발했던 뉴욕 증시가 다음날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힘입어 폭등세로 돌변했던 것처럼 또 한번의 임시회의를 통한 금리인하가 유일한 희망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4일간의 거래일에 불과했는데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한 주동안 6.8%나 폭락하면서 2,260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99년 1월이후 2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월의 최고점대비로는 55.2%나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주간기준으로 지난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나마 지난 주말 전격 금리인하설에 힘입어 반등세를 나타낸 게 한 가닥 빛을 보여주고 있는 정도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지난주에 4.3%나 하락한 1,245로 가라앉았다. S&P 500 지수도 최고점대비 18.4%나 하락, 약세장의 기준인 20% 하락에 바짝 근접했다. 역시 99년10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지난주에 3.3% 떨어진 다우지수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상황이다. 다우지수 역시 지난해 12월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만440으로 1월 상승분을 다 까먹어버렸다. 뉴욕 증시 하락의 원인은 새로운 게 아니다. 여전히 주된 원인은 기업실적 악화다.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너나 없이 실적 악화를 밝히고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주에도 EMC, 코닝,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브로케이드, 모토롤러 등이 실적 부진을 경고했고, IBM에 대해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이 실적 부진을 전망하는 등 기술주들의 실적 부진 소식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다 기업들이 앞 다퉈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밝히면서 체감경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실적이라는 추상적인 숫자보다 몇천명, 몇만명 단위로 발표되는 정리해고 소식이 경기침체 강도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지표도 갈수록 불길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된 1월중 소비자물가(CPI)가 0.6%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속의 저성장)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이후 최소한 미국 경제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조차 금기시되었는데, 이제는 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월중 소비자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뉴욕 증시의 큰 희망인 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줄이는 바람에 주가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FRB의 금리인하라는 정책수단이 남아있는 한 경기침체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고 있던 미국인들에게 소비자물가 상승은 금리인하라는 정책을 구사할 여지조차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준 것이다. 터키의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7년 타이의 외환위기가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이어졌던 상황이 이번 터키사태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다. 90년대 후반 뉴욕 증시의 상승세를 거품이라고 주장했던 와튼경영대학원의 제레미 시겔교수는 최근 주가폭락이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겔교수는 나스닥지수가 최고점대비 55.2%나 폭락했지만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겔교수는 첨단기술주의 주가가 이제 적정수준에 근접, 주가가 거의 바닥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뉴욕 증시는 지난 주말 후장에서 전격적인 금리인하설에 힘입어 반등했다. 다음주에는 소비자신뢰지수(화), NAPM지수(목)외에 화요일의 내구재주문동향, 신규주택 판매동향, 수요일의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 목요일의 건축소비동향, 개인소득 및 지출동향 등이 발표된다. 또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지난 13일의 상원 금융위 증언(험프리 호킨스 증언)에 이어 28일에 하원 금융위에서, 3월2일에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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