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란 제재, 국내 사정도 고려해야

지난해 9월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 흐름에 맞춰 우리 정부는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영업정지 등 금융 제재를 가했다. 교역에 필요한 금융거래가 안 되면서 우리나라 종합상사들은 이란에 대한 중계무역을 상당부분 접었고 건설ㆍ자동차부품 등 관련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제재가 발효된 이후 거래를 하려면 한국은행에 금융거래 관련 허가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일반 중소기업에는 허가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허가를 계속해서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안쓰러워서 도저히 볼 수가 없더라"대기업에서 이란 관련 무역업무를 담당한 이의 말이다. 제재 이후에도 우리나라와 이란의 연간 무역규모는 15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주로 살아남은 대기업들의 몫이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유 수입과 금융제재는 요구하지 않았다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커크-메넨데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금융기관도 이란과 거래선이 있을 경우 미국에서 거래할 수 없다. 일부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이란 중앙은행과 원화 거래를 하고 있다. 법안이 공포되면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현물이 포함되는 '바터 트레이드(Barter Trade)'도 한다지만 사실상 이란과의 거래는 끝이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군축담당 특보의 발언 등 미국의 자세도 짚어볼 문제다. 아인혼 특보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차 방한해서 처음으로 한 말이 대이란 제재에 우방국들이 동참하라는 얘기였다. 우방국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한국을 향한 직접적 압박이다. 비록 에너지 안보를 들어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지만 상대국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한미동맹이라는 원초적인 영역과 이란이라는 중동의 큰 시장 어느 것도 버릴 수 없는 정부의 상황을 이해한다. 묘안을 짜내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추가 제재에 응했다가는 자칫 우리 경제의 발등도 썩어갈지 모를 상황이다. 이란 제재라는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마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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