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가 100弗시대 대비하자

“저 집은 참 특이하다” “저건 태양열 주택인데 개조한 거야.” 대답을 듣고도 아들녀석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다. 지난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의 흔적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기름통들과 자정만 지나면 세상이 암흑으로 변했던 시절을 설명하면 좀 이해가 될까. 그 당시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운동과 대체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성 투자가 정부의 지원 아래 이뤄졌다. 태양열 주택도 그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장려됐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태양열 주택은 더 이상 태양이 필요 없다는 듯 본래의 모습을 찾기 어렵게 개조돼버렸다. 석유의존도 높아 위기에 민감 석유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으로 강세를 보였던 유가는 3월 초부터 다시 상승해 5월 현재 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71달러까지 상승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9개월 선물가격 또한 77.3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유가는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석유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세계경제의 호황이다.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미국 경제도 4.8% 성장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둘째는 남미의 자원민족주의 움직임이다. 미국 석유 수입량의 15%를 공급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자국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등 자원민족주의가 우려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셋째, 러시아의 야심이다. 올해 초 유럽의 가스대란을 일으킨 바 있는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국제경제에서 자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란의 석유공급 불안이다.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이란이 핵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과 갈등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급여건이 극히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럴당 100달러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70년대 석유파동 때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4% 하락하고 물가는 5%까지 상승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을 겪어야 했다. 비록 최근 들어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석유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유가는 세계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만한 메가톤급 복병이다. 석유의존도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한국 경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가가 100달러로 급등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대로 하락하고 내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이 악화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석탄ㆍ철광석ㆍ가스ㆍ니켈 등 여타 자원 가격도 동반 상승하게 되면 국내 기업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절약·효율 꾸준한 추진을 태양열 주택이 원형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개조된 것처럼 석유파동 이후 만들어졌던 우리의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정책도 많이 변모됐다. 대용량의 캐비닛형 냉장고, 보다 큰 화면으로 치닫는 TV, 중대형 중심의 고급 자동차 등 에너지 효율성과 절약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실질가치 기준으로 지속 하락한 유가가 이런 사치를 어느 정도 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경제의 급성장과 자원 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가 계속되는 한 지금과 같은 높은 석유의존도는 언젠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절대적인 유가 수준과 상관없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제고를 변함없이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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