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 인사이드] 화장품 업계 '부익부 빈익빈'

중견기업 고사위기·브랜드숍 난립 속<br>대형 2개사만 고속성장 신바람



中企가 장악했던 원브랜드숍 시장마저
아모레·LG생건등 입김 갈수록 거세져
"시장 체질 약화로 수입브랜드 약진" 전망
동일 브랜드 숍 매장이 많게는 5~6개까지 입점한 명동 화장품 거리와 화장품 원브랜드숍이 줄지어 있는 신촌ㆍ강남 등지의 주요 상권을 보면 화장품 시장의 '오늘'은 매우 쾌청해 보인다.'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해외 권에서도 치솟고 있어 각 업체들의 수출 역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화장품 업계는 소매업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지난 4년간 연평균 9.7%의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화장품 시장도 지난해보다 6.5% 성장한 8조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여타 소매 유통 분야에서 보이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신규 브랜드 진입과 로드숍ㆍ온라인 등 판매 채널의 확장과 같은 성장세로 나타난 것이어서 질적으로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의 뒷면에는 중견사의 몰락과 중저가 브랜드숍의 난립 등에 따른 업계 체질 약화 등 부작용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특히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은 기존 화장품 업계는 물론 신생 원브랜드숍 업계에까지 가속화되고 있어 업계 체질 약화가 위험수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견업체 몰락-대형 2개사 체제 가속=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필두로 한국화장품ㆍ코리아나화장품ㆍ한불화장품ㆍ소망화장품ㆍ나드리화장품ㆍ피어리스ㆍ엔프라니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중견 업체들이 고루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견 업체들의 위상이 급격히 약화됐다. 중견사들은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 이후 국내 백화점 시장을 수입 브랜드들에게 내줬고 카드대란 이후 가계 소비가 위축되며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개당 3,300원'을 앞세운 중저가 브랜드숍들이 줄지어 진출한 점도 입지 약화를 가속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러 업체의 화장품을 동시에 판매하던 화장품 전문점의 폐업이 속출했고, 자체 유통망이 없는 중견사들의 타격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후 다수 브랜드를 판매하는 멀티 전문점 시장은 올리브영, GS왓슨스 등 대기업 산하 드럭스토어 위주로 재편, 중견사의 입지 회복은 요원해졌다. 반대로 선두 화장품 업체들은 이 시점을 고비로 수직 상승에 성공한다. 서경배 대표이사의 취임 첫 해인 지난 1997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화장품과 용품 부문 등을 모두 합해 6,91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업체 매출은 2조585억원에 달했고 이 중 1조7,091억원을 화장품 부문에서 거뒀다. 기업 분할 이후인 2006년 시점과 비교해도 아모레퍼시픽이 이뤄낸 성장세는 4년간 62%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중 매출 1,000억원을 넘는 ' 메가 브랜드'는 설화수ㆍ헤라ㆍ아이오페 등 화장품 부문에서만 7개가 된다. 용품과 식품을 포함할 경우 총 10개에 달한다. 최대 브랜드인 설화수의 지난해 매출은 6,900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메가 브랜드 역시 오휘ㆍ후ㆍ이자녹스 등 5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반면 화장품 시장 3위인 코리아나화장품의 연 매출은 수년째 1,000억원 대에 머무르는 실정. 유통 장악력 및 브랜드 파워에서 소외된 중견업체의 연 매출이 대형사 개별 브랜드 매출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휴플레이스''아리따움'등 자체 브랜드 다수를 유통하는 멀티브랜드숍을 잇달아 선보이며 유통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자체 브랜드 중심 유통점인 '뷰티플렉스'를 선보였다. 일부 중견화장품 역시 유통점을 선보였지만 브랜드 파워와 입점 브랜드 부족 등의 한계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원브랜드숍도 명암 엇갈려= 2002년 이후 자리잡은 더페이스샵ㆍ미샤ㆍ스킨푸드 등 다양한 원브랜드숍들은 중견 화장품시장의 빈 자리를 성공리에 대체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한 가지 브랜드의 제품을 동일 컨셉트의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원브랜드숍은 가맹 사업을 바탕으로 급신장, 현재 참여 업체가 약 20여개로 늘어난 상태다. 통신판매 업체의 직영 매장이나 해외 브랜드숍 매장 등까지 포함할 경우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개발과 생산을 주문자상표제작(OEM)업체에 위탁,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나 노하우 축적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기존 전통 중견 화장품 업체들이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생산공장과 연구시설을 갖춘 연구 개발 기업이라면 대부분의 브랜드숍 업체들은 사실상 생산과 연구를 위탁하고 제품 기획 및 홍보에 치중하는 '마케팅 기업'의 개념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계절 상품이 히트할 경우 브랜드 매출이 급증하지만 반대의 경우 추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안정성도 떨어져 시장 체질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성장일로를 달려온 원브랜드숍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출점 확대 속도가 가속화된 지난해를 필두로 브랜드숍 시장이 레드오션화 되면서 업체간 성장성 차이가 두드러진다. 시장을 선점한 선두 업체와는 달리 일부 신규 진입 업체의 경우 매장 확대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를 고비로 브랜드숍 시장 역시 강약 구도로 재편돼 성장세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장악했던 원브랜드숍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2개 대형사의 '입김'이 거세다. 1위 브랜드샵인 더페이스샵은 2009년 LG생건에 인수됐으며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5대 브랜드숍(매출 기준)에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업체에서 분사한 2개 브랜드를 올려놓고 있다. 특히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올 1ㆍ4분기 각각 30%와 70%와 달하는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뛰드의 원브랜드 3위 업체 도약 등 올해 이들 양 브랜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의 위상 약화와 마케팅 위주 원브랜드숍의 난립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가 대형 2개사와 소기업으로 양분되는 양상이다"며 "이로 인해 업계 체질 약화가 가속화되면서 백화점 시장에 이어 마트 및 온라인 시장에서도 수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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