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불패`. 올해 무주택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말일 것이다. 강남불패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은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광풍처럼 몰아친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로서 서울은 물론 전국의 집값 상승세를 선도했다.
이 같은 이유로 강남 재건축은 번번히 정부의 정책의 표적이 돼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20여 차례의 투기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위세만 더욱 높여주고 말았다.
5.23대책(재건축 80% 후분양 등), 9.5조치(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확대 등) 등 강경한 투기 대책조차 `약효`가 불과 한 달을 넘지 못한 것. 대책 발표 직후 가격이 급락했지만 곧이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5.23대책으로 한동안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6월초 실시한 5차 동시분양이 고가 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터뜨리자 재건축 아파트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또 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시행이 예고되자 지난 6월에는 무분별한 재건축 조합설립과 안전진단 신청, 건설업체의 수주전이 맞물리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 속에 나온 `9.5대책`은 재건축의 기세를 꺾는 데는 실패했다.
연초부터 시작돼 서민들을 옥죄는 `2003 재건축 랠리`는 정부 대책을 비웃으려 끈질기게 이어갔다. 하지만 결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강남 불패신화도 `10.29 대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급매물이 속출했고 투자자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아파트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10.29 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락폭도 점차 커져 지난 9월 초보다 평균 2,000만~1억5,000만원 떨어졌다. 하지만 급매물을 제외하면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부동산은 여전히 투자 1순위다.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해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는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가격 움직임을 돌아보면 올 한해 전국 재건축 아파트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 평당 가격이 1,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31평형은 4억6,000만원, 34평형은 5억4,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봄철 성수기를 맞아 4월초 1,600만원을 넘어선 이후 가격이 치솟으면서 5월 들어 1,800만원까지 올라섰다. 34평형이 6억원을 돌파한 것. 1,900만원까지 치솟던 가격은 재건축 80% 후분양과 투기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 5.23조치가 발표되면서 한 달간 약세로 돌아섰다. 최고 5,000만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효가 한 달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방학 이사철과 가을 성수기로 가격 고삐가 풀리면서 평당 2,400만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34평형이 8억원까지 상승, 연내 10억원 돌파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이 때 정부가 빼든 `9.5대책`으로 중층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날벼락을 맞았다. 최고 1억원까지 가격이 폭락한 것. 10월 들어 2,000~3,000만원씩 가격 회복을 시도했지만 `10.29대책`으로 완전히 기세가 꺾여 평당 2,000만원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표:은마아파트 평당 가격 추이
1/1 1,500만원
3/31 1,600만원
4/20 1,750만원
5.23 대책
5/30 1,900만원
6/30 1,800만원
7.1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7/31 1,950만원
8/15 2,100만원
8/31 2,400만원
9.5 대책
9/10 2,200만원
9/30 2,250만원
10/10 2,300만원
10.29 대책
10/31 2,100만원
12/25 2,000만원
<문병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