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위기의 수출 제약/은행,수출업자 외환어음 매입꺼려(국내경제)

국내총생산은 소비, 투자, 수출의 합계에서 수입을 차감한 값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소비가 늘어나거나 기업과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하든지 또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 국민소득의 증가, 즉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즉 국내총생산의 증가는 5.5%를 기록하였다. 이 기간중 경제 성장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내수 침체를 극복한 수출 주도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97년 3분기까지 투자는 96년에 비해 2.1% 감소하였으며 소비도 5.0%의 낮은 증가율에 그쳤다. 반면 수출은 23.2%나 증가하여 실질적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그림>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요인중 투자, 수출 및 수입이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 따르면 수출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기여율이 최근 급격히 높아져 2백%에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수출 증가액이 전체 국내총생산 증가액의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투자와 감소, 수입의 증가 등으로 이러한 수출 증가의 효과는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다. 수출 주도형의 성장은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정부는 긴축 재정을 할 것이 확실하므로 정부 지출의 확대에 의한 건설 부문의 투자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도 극심한 경기 침체와 금융 시장의 불안 양상 지속에 따라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도 가까운 장래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출은 지난 10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외화 부족 사태와 환율 폭등에 따른 갖가지 현상이 우리 기업이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제품을 수입하는 외국 수입업자는 자국의 은행을 통하여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은행에 수출신용장을 보내게 된다. 우리나라의 해당 은행으로부터 수출신용장 내도를 통지받은 수출업자는 이를 기초로 화환어음을 발행하여 은행으로부터 어음 매입 대금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수출업자는 수입업자가 대금을 지불하기 이전에 수출대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으므로 자금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은행들이 외환 부족과 환율 급등을 이유로 수출업자의 신용장에 대한 외환어음 매입을 꺼리고 있어 수출업자들의 단기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선박 수출 대금의 선수금에 대하여 선박 수입업자가 국내 은행이 아닌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선박수출 기업의 영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금융 부문의 혼란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인 수출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은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심각하게 추락되었기 때문이다. IMF의 실사 결과 당초 예상보다 상황이 더 나빴음이 밝혀지고 IMF 구제금융의 협상을 불이행할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삼으로써 대외적 신뢰가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는 외국에 신뢰를 주는 것이다. 믿음이 갈 때 외국 투자가들이 다시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금리 전망/금리 폭등·자금경색,연쇄부도 불가피 금융기관에 대한 국내외적인 불신이 만연되면서 시중금리가 폭등하고 금융시장이 거의 마비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9개 종금사의 업무정지 여파로 콜시장이 마비되면서 종금사는 물론 증권사까지 자금부족에 시달리며 연일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보증을 선 우량기업의 회사채도 거래가 중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콜금리와 CP 수익률은 법정상한선인 25%에서 여전히 머물러있고 회사채 수익률은 한때 25.48%까지 상승하였다. 이처럼 극심한 자금경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5개 종금사에 대한 추가적인 영업정지를 실시하고 한은 특융을 통해 은행, 증권사 직접 지원 등을 포함한 금융안정대책을 지난 10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의 불안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회사채 수익률도 열흘만에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금융시장이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잔여 종금사나 증권사의 예금인출사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다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은행권의 불신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 재협상 파문까지 겹치면서 환율도 연일 일일제한폭까지 상승하며 외환 거래가 중단되면서 기업들의 수출입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차제에 종금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 심리를 해소할 정부의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기업의 무더기 연쇄부도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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