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의 경우 저가발행이 많아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자가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고, 회사는 신규자금이 유입된다는 장점 때문에 실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매월 10건 안팎에 그쳤던 유상증자가 지난 6월에는 35건, 이 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19건에 달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특히 주가가 액면가 근처인 저가주들과 발행가격이 기준가격보다 40~50%나 낮은 저가발행이 많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 실적이나 주가가 좋지 않아 유상증자가 어려운 기업들이 증자에 나서는 것은 실권주 인수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대주주 지분을 비싸게 인수한 후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해 평균 인수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물타기`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M&A업체 대표는 “최대주주의 잘못으로 회사가 부실해지고 주가가 낮아진 경우,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해 M&A를 하겠다는 의뢰가 늘고 있다”며 “코스닥 A사는 투자자가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하고, 추가로 30억원의 3자 배정 증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투자자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고, 회사는 80억원의 신규자금이 생기게 된다.
한 코스닥업체 대표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후 30~40% 할인된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인수단가를 낮추는 물타기 수법도 나오고 있다”며 “회사의 자금이 꼭 필요해 증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주주 변경을 위한 유상증자도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B사도 시가보다 3배 가량 비싸게 기존 주식을 인수한 후 4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3자 배정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ㆍBW(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실권주를 이용한 경영권 변동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런 종목들은 대부분 회사 내용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 회사의 실적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