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사의 골프 엿보기] 말씀중에 샷해도 될까요?

김형원(㈜레피아통상 대표)요즘 골프장을 찾게 되면 예전과는 달리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골프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을 하기가 쉽지 않다. 평일에도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을 하려면 최소 4~5일 전에는 전화기와 씨름을 해야 한다. 어찌됐건 국내의 골프인구가 날로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골프의 기본정신인 매너와 에티켓은 오간데가 없고 무례한 언행들이 필드를 누비고 있다는 점이다. 몇 주전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일인데도 내장객이 몰려 주말을 방불케 했다. 이 때문에 매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앞팀이 티 샷을 하고 나가기를 기다리거나 파3 홀에서는 사인을 주고 대기해야 했다. 사업차 하는 라운드여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팀간의 간격이 좁혀지면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잡담섞인 얘기들이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티 샷을 하려고 하는데 뒤따라오던 뒷팀이 앞팀 플레이어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야, 너 그 짧은 퍼팅을 놓쳤냐. 네가 그걸 막았었야지…』하는 식의 무례를 범했다. 캐디언니가 뒤를 향해 조용히 해달라는 「쉿!」 제스처를 두번씩이나 취할 때까지 그들의 무례한 행동은 계속됐다. 얼마전 한 후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파3 홀에서 사인을 주고 다시 그린으로 올라가 차례를 기다렸다 퍼팅 어드레스를 취했는데 뒷팀 플레이어가 자신의 볼을 마크하겠다며 그린으로 뚜벅뚜벅 올라서는 바람에 너무 당황스러웠다는 것이다. 최근 이같은 무례한 골퍼들의 모습은 어느 특정 골프장 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서 너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인구가 증가하면서 연령층도 낮아지고 직업군도 다양해진 게 사실이다. 즉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매너와 에티켓의 「골프」는 없고 「빈껍데기」의 골프문화만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왠지 뒷맛이 씁쓰레하다. 앞으로는 『죄송합니다만 말씀중에 샷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입력시간 2000/05/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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