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본 대중문화 상륙 10년… 장르별 희비

공연·미술 '활짝'<br>올 연극 10여편 이상 줄잇고 미술전 매진사태까지<br>영화·출판 '시들'<br>영화 흥행 극도 부진에 소설 출간 늘어도 '찬바람'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에 공식 개방된 지 올해로 10년째. 영화ㆍ출판ㆍ공연ㆍ미술 등 각 장르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공연ㆍ미술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인기를 끄는 반면, 출판ㆍ영화 등 먼저 소개된 부문은 업계의 지나친 경쟁과 감성적 차이 등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와 소설은 주제와 스토리 전개가 비슷한 작품이 많고 출판은 히트작이 나오면 무분별하게 작품을 쏟아내 독자를 식상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류(日流)’ 타는 미술ㆍ공연= 국내 시장의 호황 분위기에 편승해 미술과 공연은 ‘일류(日流)’ 바람을 타고 있다. 공연계는 일본 연극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마쓰다 마사다카의 ‘바다와 양산’,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의 ‘물고기의 축제’ 등 10여 편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더 늘어난다.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의 ‘겨울 해바라기’에 이어 일본 대표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 3부작 연작과 ‘도쿄노트’의 번안작 ‘서울노트’가 소개된다. 사카테 요지의 ‘블라인드 터치’, 정의신의 ‘야끼니꾸 드래곤’, 가네시타 다쓰오가 안중근을 소재로 쓴 작품 ‘겨울꽃(寒花)’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지난해보다 작품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화랑가에도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다. 지난해 8월 선컨템포러리에서 열린 ‘저패니즈 컨템포러리전’에 7명의 일본작가 작품 40여점이 전시 첫날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또 홍콩 크리스티에서 지난해 11월 이시다 테츠야 등 젊은 작가 작품이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이 검증돼 올해 일본 작가들의 국내 전시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올해도 10여개의 일본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인기 시들해진 영화ㆍ출판=출판계에선 2005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히트를 친 후부터 일본소설이 몰려왔다. 교보문고의 집계에 따르면 2004년 208종 번역된 일본 소설은 2007년 638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히트작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은행나무 펴냄, 70만부 발간) ‘남쪽으로 튀어’(은행나무 펴냄, 15만부 발간), 에쿠니 카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소담출판 펴냄, 70만부 발간) 정도일 뿐 대부분은 발간과 동시에 묻혀버리기 십상이었다.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장은 “공중그네가 히트치자 ‘일본 소설 돈 된다’는 생각에 작품성 검증없이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우리 출판사들끼리 지나치게 경쟁해 선인세를 10배 이상 올리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말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2004년 400만~500만원 정도에 그쳤던 일본 소설 선인세가 최근에는 4,000만원 이상 올랐다. 영화도 애니메이션과 일부 공포영화가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 전반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2002)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대작이 인기를 끌었고, 공포물로 ‘주온’ ‘링’ 등 흥행작이 다수 있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뒤를 잇는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 경우도 일본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하야오의 작품이 국내에선 100만명 정도에 그쳤을 뿐 세계적인 감독의 명성을 받쳐주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더욱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개봉된 일본 영화는 7편이지만 전체 관객점유율은 1.3%대에 불과했다. 국내 개봉작 80여편의 10%에 육박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비한 것. 3월에 개봉된 일본영화는 ‘마츠가네 난사사건’ 애니메이션 ‘브레이브 스토리’, 등 3편이지만 박스오피스 중 상위권에 진입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박성봉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일본의 공연이나 미술의 경우 독특함이 있지만, 영화나 소설은 비슷한 작품이 너무 많아 인기몰이가 안되고 있다”며 “해당 문화 영역의 수용층이 누구냐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나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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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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