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9일] 하토야마 경제정책의 미래

50년이 넘는 자민당 지배체제를 쓰러뜨리고 절대안정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정권이 일본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기를 통과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민주당의 경제정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일본의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매우 높다. 민주당 정권의 경제정책은 일본, 그리고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와 판이하게 다르다. 고이즈미 정부는 시장과 민간의 활력을 중시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강화를 강조했다. 복지 예산 재원 마련 불투명 반면 하토야마 유키오 차기 총리 정부는 복지와 분배, 격차 시정(양극화 해소)을 중시한다. 특히 아동수당 확대, 고등학교 무상교육화, 고속도로 무료화, 최저보장연금 인상, 휘발유세 인하 등을 통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내수확대→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정규직을 양산한 노동자파견법의 시행중지, 제조현장에서 파견노동자 사용 금지, 기간제한을 초과해 파견노동을 받아들일 경우 직접고용 인정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전국 단위에서 설정, 궁극적으로는 시간당 1,000엔 수준으로 인상하고 직업훈련기간에도 월 10만엔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고이즈미 정부 출범 당시의 구호가 '고통분담' '구조개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경제정책에는 '온기'가 배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온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필자는 민주당 정부의 경제정책에 매우 큰 불안을 느낀다. 공약에 제시된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설령 추진되더라도 일본과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돈은 많이 쓰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가처분소득 증대정책을 실행하려면 연간 약 17조엔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증세가 아닌 세출억제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세출 억제만으로는 이 재원을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며 800조엔이 넘는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재정건전화 대책이 필요하다. 민주당에는 '고통분담'을 당당하게 요구했던 고이즈미 정권의 용기가 아직 없는 듯 하다. 둘째, 공급측면에서의 성장전략이 없다. 일본 경제는 한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점차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과감한 투자와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약은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해 차기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적 관점이 결여돼 있다. 단기적인 국민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셋째, 대외개방 의지가 의문시된다. 민주당은 "아시아를 중시하며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의지가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 지역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하지만 경제의 글로벌화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차기 성장산업 육성 전략 필요 하토야마 대표는 최근 '나의 정치철학'이라는 글에서 "글로벌 경제가 국민 경제를 파괴하고 시장지상주의가 사회를 파괴했다"고 기술했다. 일본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려면 내수 확대와 함께 글로벌 경제, 특히 아시아 신흥국의 활력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이 먼저 '열린 시장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책방향은 농산품 수입, 노동시장 개방 등에 매우 신중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일본 내수 확대로 한국 기업들이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안정적 재원 확보가 동반되지 않은 가계소득 증대는 저축률만 높일 가능성이 있다. 관료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이 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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