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흥국 자금 2차 엑소더스 다가온다

연내 미 출구전략 가능성 높아져 제조업 둔화 맞물릴 땐 썰물 가속<br>선진국 채권시장 유출도 우려 수준… 인도 루피화 사상 최저치 추락


신흥국들이 올 하반기에 다시 한번 외국인 투자자금의 '엑소더스'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신흥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

5일(현지시간) CNBC는 경제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올 하반기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져 한동안 잠잠했던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매도 공세가 다시 촉발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터키ㆍ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경제악화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문가들은 연준이 향후 6개월 내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실업률 하락기조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흥국 유입자금은 양적완화 지속 전망에 힘입어 4개월 만에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이는 매도세가 일시적으로 진정된 것일 뿐 전체적인 유출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출구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자금유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진국에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도 신흥국의 자금이탈 압박을 높이고 있다.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은 급등해 시중금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선진국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신흥시장으로 이동했던 국제자금은 선진국으로 회귀하게 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형펀드에는 403억달러가 유입되며 전달에 이어 역대 최고 유입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6월 역대 최고인 691억달러가 유출된 데 이어 7월에도 21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마켓워치는 "채권시장이 21개월간의 순유입 국면을 벗어났다"며 "(선진국에서) 채권 매도가 늘어날수록 신흥국 내 자금이탈 압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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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제조업도 동반하락 기조를 보이기 시작해 자금이탈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신흥국들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8월 HSBC 복합 이머징마켓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집계되며 2009년 4월 이래 처음으로 50 이하에 머물렀다. 16개 신흥국의 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이 지수는 50 이상이면 경기상승을, 50 이하면 경기위축을 나타낸다.

최근 이머징 제조업지수는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 주요 신흥 4개국에서 2009년 이래 처음으로 동반 하락해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머징시장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제조업 경기의 둔화 사이클"이라며 "아직 수요둔화를 본격적으로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신규 사업이 줄어드는 등 점차 신흥국 고용시장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이탈 가능성에 제조업 둔화가 겹치면서 신흥국 환가치는 낙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6일 외환시장에서 인도 루피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61.80루피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루피화 가치는 5월 이후 12.6%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이날 달러당 2.3063헤알을 기록하며 2009년 3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편 CNBC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이머징 경기둔화를 기점으로 신흥시장 각국에서도 '디커플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NBC는 경제에서 외인의 비중이 높은 브라질ㆍ터키 등은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경상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ㆍ러시아 등 정부 부채가 많지 않고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방어능력이 높은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국면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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