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채시장 대거이동 시장 시스템 위기감

■ 美금융시장 추가테러 불안은행, 기업신규대출 기피 자금경색 심화·부도 급증 테러 대참사와 공습,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머니 마켓에 몰려 있던 대규모의 유동성 자금이 안전한 대피처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TB) 시장으로 일시에 몰려가면서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부채비율이 높거나 투자부적격 등급의 기업에 신규자금 대출과 만기 연장을 기피하는 바람에 자금 경색(cash crunch) 현상이 심화되고 기업 부도율이 급증하고 있다. ◆ 채권거래 실패 급증 9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TB 매입이 급증, 이를 담보로 단기(1~7일) 자금을 회전하는 레포(repo) 마켓의 이자율이 0.1%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거래일 경우 이 이자율이 연방기금금리인 2.5% 안팎에서 결정돼야 하지만 최근 비전문 딜러까지 국채 매집에 나서는 바람에 레포 이자율이 0%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증권거래위원회(SEC), 주요 채권회사가 긴급회의를 열어 채권시장 안정화를 의논했는데 월가에서는 연방정부가 추가로 TB를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재무부는 9ㆍ11 테러 대참사 이후 연방정부채 매입이 급증, 심각한 TB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지난 4일 6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TB를 예고 없이 공급했다. 재무부는 TB 부족으로 채권시장과 머니 마켓의 시스템 위기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77년 이래 처음으로 예고 없이 국채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레포 마켓의 위기는 외국 중앙은행들이 전쟁 위험과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TB를 빌려주지 않고 있는데다 채권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딜러들이 채권을 매입하고도 이를 담보로 설정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최대 레포 마켓 전문회사인 뱅크 오브 뉴욕이 지난번 테러로 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에 지장을 준 것도 한 요인이다. 미 재무부는 98년 10월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파산 위기 때보다는 시스템 위기가 약하지만 시장 심리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TB 거래 실패는 평상시에도 일주일에 500억달러 규모로 발생하는데 테러 대참사가 발생한 주(10~14일)에 4,000억달러로 급증했고 그 다음주(17~21일)에는 1조4,000억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후에는 일주일에 8,000억달러 정도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시기에 비해 높고 이번주 들어 공습 개시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 자금 경색 확대, 기업 부도 급증 기업의 부도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미 파산법 11조 신청 규모가 97년 172억달러(신청 전 자산 기준)였으나 올들어 9월까지 1,630억달러로 늘어났고 연말까지는 2,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1년 경기침체기의 수준이다. 민간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의 갤 포슬러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금 경색에 의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정크본드) 부도율은 연초 7%에서 최근 8.5%까지 올라갔으며 연말에는 91년 불경기시의 수준인 10%에 이를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전망했다. 신용평가기관인 S&P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대출 규모가 최근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신용 한도를 줄이는 바람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예컨대 유가공업체인 랜드오레익스가 다른 식품업체인 퓨리나 밀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은행이 인수비용을 대출해주지 않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들의 수동적 자세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뱅크의 한국 외환은행 카드 인수 포기가 그 예로 꼽히며 도이체 방크 계열 DB캐피털의 서울은행 매입, 보험회사인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현대증권 매입 협상 등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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