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뿌리산업 지원 대상을 사실상 대기업이거나 재벌 방계그룹에 속하는 상위 중견기업으로 확대해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뿌리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매출액 수천억원대부터 조단위 중견기업까지 뿌리산업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뿌리산업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만을 지원 대상으로 하던 것을 법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아닌 기업 중 자본금 80억원,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중견기업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중소업계는 자금난과 인력난 등으로 신음하는 영세기업과 소공인들에 대한 지원은 늘리지 못할 망정, 사실상 정부 지원이 필요없는 상위 중견기업까지 정책 수혜 대상으로 하는 게 맞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가 밝힌 뿌리산업 지원대상 중견기업 48개사 중에는 매출 수조원대 규모의 대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쌍용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8,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 방계인 성우그룹의 성우하이텍, 성우오토모티브 등도 1조원대, SPP조선 1조4,795억원 등이다.
또 신영 8,900억원, 대덕전자 7,510억원, 휴스틸 5,903억원, S&T중공업 5,184억원 등으로 연매출 5,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은 기업도 다수다. 기신정기, 일진다이아몬드 등 매출액 1,000억원을 하회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이들조차도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정부가 애써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소업계의 시각이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견기업들 대다수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충분히 먹고 살수 있고 부족한 시설, 운영비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게다가 이들 중견기업들은 굳이 뿌리기업으로 지정해 따로 지원을 해 주지 않아도 기존 R&D지원 사업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 대ㆍ중견기업과 달리 현재 주조ㆍ금형ㆍ소성가공ㆍ용접접합 등 분야의 국내 뿌리기업은 전체 2만5,000개 정도로 이중 99.9%가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10인 미만 업체로 연구개발 투자 역량은 물론 마케팅 능력 등이 열악한 영세기업이다. 더욱이 인력난과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져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을 뭐가 아쉬워서 지원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뿌리산업을 살리려면 정말 땅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 작은 뿌리기업들부터 제대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중견기업도 뿌리기업에 포함시키려면 중소기업을 막 졸업한 초기 중견기업 등으로 정책 대상을 한정해 혼란도 막고 실효성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이에대해 산업부는 중견기업 육성은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 큰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렇다고 중견기업을 육성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동화, 첨단화 설비 지원의 경우 중견기업은 이미 시설을 갖춘 곳이 많아 따로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R&D사업 선정 때 가점을 주는 정도지 직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 뿌리기술 전문기업=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글로벌전문기술개발사업,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등 각종 R&D 각종 기술개발 사업 대상 선정시 우대받을 수 있다. 또 자동화ㆍ첨단화 설비 구축 때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받게 된다.
뿌리산업 지원 기관 중기청으로 일원화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