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여는 가운데 이달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특히 한은의 물가안정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하강 조짐이 심상치 않은데다 성장을 중시하는 친정부 성향의 신임 금통위원들의 입성으로 금리인하 타이밍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4월 기준금리 동결 예상=전문가들은 4월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가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3.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목표범위를 넘어선 것.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6%에 이어 올해 1월 3.9%로 치솟은 뒤 2월에는 3.6%로 주춤했으나 3월 들어 다시 4%에 근접해 물가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원자재 가격도 최근 투기자본의 이동과 국내외 증시 반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양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최근 여러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물가안정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경기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좀 더 분명한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견해도 아직은 유효한 상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가인데 물가상승세가 여전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객관적 증거도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인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차장도 “이달 금통위의 정책스탠스나 코멘트가 3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며 “금리 동결이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전했다. ◇금리인하 타이밍 머지않은 듯=하지만 금리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게 한은 안팎의 분석이다. 아직까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요인과 잠재적 경기하강이 균형을 이루는 구도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기하강은 점차 실체화되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1ㆍ4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을 경기부양책으로 금리인하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핵심 부양책으로는 통화와 재정인데 시간이 걸리고 감세 등 재정에 부담이 가는 것보다는 손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달 교체되는 금통위원들의 성향도 금리인하 전망의 주요 변수로 제기되고 있다. 강명헌 위원과 최도성 위원이 친정부 측 인사로 분류되는데다 한은 총재의 추천으로 입성한 김대식 위원도 최근 언론 기고에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신임 위원 3명이 정부의 성장정책에 동조할 경우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달 금리 동결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아직도 한은이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편”이라며 “물가가 3.5% 아래로 내려가고 미국이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한은도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는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