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기아 생산현장 스케치/전직원이 “회사살리기” 결의

기아의 최대 주력 기업인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과 아산공장 직원들은 부도방지협약대상 기업지정에 대해 「회사살리기에 전력을 다하자」고 결의를 다지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산공장은 16일 평상시와 다름없는 90% 정도의 조업률을 보였으며 직원들은 부서별로 간단한 회의를 소집, 소모품을 최대한 절약하는 등 한푼이라도 회사경비를 줄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흔들림없이 조업에 참여할 것을 결의. 그러나 휴식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기아자동차 노조 아산지부 관계자는 『회사를 되살려야 한다는데는 이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며 『그러나 사실상 부도처리와 다름없는 부도방지협약대상지정에 많은 이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회사의 앞날에 우려를 표시했다.◎부서별 회의소집 “한푼이라도 절약” 다짐/삼삼오오 모여 회생가능성등 앞날 걱정도 ○…소하리공장도 주간반이 상오8시30분 출근,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 조업하고 있으나 직원들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 노조는 15일밤 두차례의 비상간부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16일 상오에도 회의를 계속,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 특히 노조는 회사측이 공휴일인 17일 특근을 요청한데 대해 이의없이 수락, 17일에도 전조합원이 정상조업키로 하는 등 각오를 내비치기도. 노조는 「노조 중심의 총단결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자, 흔들림 없이 정상조업에 임하자」는 내용의 유인물 「함성속보」를 두차례 제작, 부도방지협약 선정에 대한 배경설명과 앞으로 노조측의 대응 등을 노조원들에게 설명. ○…기아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경기도내 주요 협력업체들은 앞으로 파장에 대해 걱정하며 대책마련에 부심. 지난해 9백억원 규모의 자동차 배선을 납품한 수원 (주)한일전장은 16일 상오 9시30분부터 사장주재의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 이 회사 총무과의 한 간부는 『생산량의 80%이상을 기아에 납품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생산라인은 정상가동되고 있지만 직원들도 적지않게 동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 자동차 프레임을 전량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군포 서진산업 등 다른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하고 있으나 침울한 분위기. ○…광주 아시아자동차 본사는 외형상으로는 정상조업중이서 평온하나 근로자들은 회사의 움직임과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소 술렁이는 모습. 회사측은 16일 상오7시30분 박종석이사 주재로 간부회의를 갖고 부도방지협약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동요치 말 것을 당부. 회사측은 이 회의에서 이번 조치로 제2금융권에 대한 어음지급이 유보돼 정상적인 판매대금으로 진성어음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빠른 시일내 회사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위해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 등을 주문. ○…계열사인 기아특수강은 언론등에서 특수강의 경영부실이 이번 위기의 큰원인으로 지적된데 대해 곤혹스런 표정. 2천9백여 직원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동요없이 정상조업을 하고 있으나 간부들은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수강이 전망있는 사업인만큼 현재 그룹사에서도 주력업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현재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올해 5천억원, 내년8천억원, 99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특수강 회생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이재승 노조위원장 인터뷰/“노조 총단결 일터 지키겠다”/임금동결·상여금반납 수용각오/대책기구 구성 사측과 긴밀협조 기아자동차 이재승 노조위원장은 16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도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데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은. ▲우선 전반적인 상황과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대표에게 전반적인 상황설명과 이후 어떤 입장을 갖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조합에 분명하게 밝히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합원들이 동요없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기아그룹이 이같이 위기로까지 몰리게 된 이유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몸집이 비대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구조하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 아닌가. 제2금융권에서의 악성루머와 삼성보고서 파문이 확산되면서 자금난이 심화된 것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사실 신차종 개발이 완료, 9월께 시판을 앞둔 시점에서 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유감이다. 신차 시판이 회사의 재도약 발판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회사나 노조 모두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그룹은 종업원지주제를 채택, 비오너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 해결에 노조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앞으로 대응방안은. ▲우선 노조 중심의 총단결로 당면위기를 극복하겠다. 지난 81년에도 임금및 상여금 반납등 노조원들의 일치단결로 위기를 극복한 선례가 있다. 노조는 이미 회사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인력감축을 수용했고 임금인상도 회사측에 위임했다. 임금동결·상여금반납 뿐아니라 회사의 자금난을 덜수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각오가 돼있다. 앞으로 회사측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회사측과 공동대처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9개사 노조위원장들로 대책논의기구를 구성했다. 삼성보고서 파문과 관련해서는 상급단체인 자동차연맹 단위에서 공동대응해나가고 특히 인위적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안된다는 입장을 곧 밝힐 예정이다.<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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