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전사업장으로 확대실시된 고용보험제도가 행정력 미비, 보험료 부담에 따른 사업주들의 외면으로 전형적인 탁상·전시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신규적용 사업장들에 대한 실업급여가 개시될 경우 미가입 사업주들에 대한 무더기 과태료 부과가 불가피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새롭게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4인이하 사업장은 모두 85만3,000개소이며 이 업체들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23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14일까지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이라는 확인과 근로자수 등을 밝히는 고용보험 성립신고를 해야하나 실제로는 신규적용대상의 5%에도 못미치는 4만7,000여개소만이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4인이하 사업장의 경우 소재지 파악이 어렵고 휴·페업이 빈번한데다 근로기준법과 산재보험법 등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경험이 없어 성립신고가 저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방청의 근로감독관과 690여명의 공공근로인력을 동원, 가입독려에 나서고 있다.
관내 신규적용사업장이 5만여개소인 서울중부노동사무소의 관계자는 『음식점, 미장원 등 대상사업장을 돌며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업주나 종사원들이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어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이러한 상황을 인정, 『올연말까지 신규적용대상 사업장중 25%가량인 20만개소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성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규적용대상의 3/4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실업급여가 개시되는 내년 4월이후에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과태료부과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적용대상 사업장에서 타의에 의해 퇴직한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할 경우 해당사업장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노동부는 해당사업장에 대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고용보험의 확대에 앞선 노동부의 준비도 안일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부는 당초 85만개소의 새 적용사업장을 각 지방노동청에서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각 직능단체, 사업장들에 고용보험 업무를 대리할 고용보험 사무조합을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21일 현재 설립된 고용보험 사무조합은 하나도 없다. 노동부는 부랴부랴 내주중 700여개 직능단체를 소집, 고용보험 사무조합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단국대 김태기(金兌基·경제학과)교수는 『고용보험 전사업장 확대적용은 현실여건을 무시한 채 서두른 감이 있다』며 『고용보험료를 구성하는 실업급여,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사업중 꼭 필요한 실업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등으로 보험료부담을 줄여, 영세사업장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