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실생활 활용 가능한 한의학 담아 무작정 따라 할까봐 걱정도 돼요

■ 허영만 화백 '허허 동의보감' 첫 권 출간<br>한의사 3명 검증·수정 거쳐 그려<br>앞으로 5년간 모두 20권 펴낼 것

허영만


"관상 만화인 '꼴'에 이어 한의학 만화인 '허허동의보감'을 연재하니 접목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관상 3년반 공부했다고 다른 사람 운을 얘기할 수 없듯이, 제가 묘사한 한의학적인 내용을 일반인들이 무작정 따라 할까 걱정입니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만화 '허허동의보감'을 엮어 첫 권을 출간한 허영만(65ㆍ사진) 화백이 20일 서울 인사동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양파를 쪼개서 머리맡에 놓아두면 좋다는 정도의 상식이다. 관상이나 한의학이나 이 정도 공부로 아는 것은 단편적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허허동의보감'은 올해로 400주년을 맞는 구암 허준의 '동의보감'을 기본으로, 허 화백이 현직 한의사 3명의 의학적 검증과 수정을 거쳐 그려진다. 더구나 그는 400여년 전 '동의보감'을 집필한 구암 허준과 같은 양천 허씨다. 구암은 시조로부터 20대, 허 화백은 31대 손이다.


그는 "2~3년 전부터 이미 얘기가 있었고 2011년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매주 한의사 3명과 출판사 관계자 2명이 함께 모여 회의를 했다. 과거 드라마화한 것처럼 스토리를 가져가면 의미가 없어,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의학적 지식 없어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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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당장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은 어떤 게 있을까. 그는 바로 삼겹살을 상추에 싸먹는 습관이 몸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두 가지 모두 찬 성질의 음식이라 소화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운동 후 차가운 음료를 찾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의 몸은 운동으로 열이 나면 땀으로 식히는데, 거기에 차가운 음료를 더하는 것은 그 체온조절 시스템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건강을 위해서는 음식을 가려야 하고, 치료보다는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책은 동의보감의 순서에 맞춰 67개의 짧은 만화와 원전ㆍ약재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부터 인터넷ㆍ모바일 컨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서 매주 월~금요일 연재된 같은 제목의 만화를 책으로 펴냈기 때문이다. 지난 40여년 '각시탈''비트''타짜''식객' 등 숱한 히트작을 낸 작가의 명성을 생각하면 굉장한 인기를 끌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달랐다.

허 화백은 "현재 포털에서 많은 만화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주는 보수만으로는 어렵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생각으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유료독자와 무료독자 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 독자가 100분의 1, 1,000분의 1로 줄었다. 재능 있는 만화가가 걱정 없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포털이나 독자들이 더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허허동의보감'은 앞으로 5년간 더 연재되며 총 20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작가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식객 2'와 '나의 밥 투정'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실버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사실 실버세대는 가장 만화를 안보는 세대라, 이건 망하는 기획이나 다름 없죠.(웃음) 하지만 집에서 아내에게 따돌림 당하고, 평생 자식들 도와주다 돈 떨어지니 버림 받는 경우가 가까이에도 숱하게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권태 느낄 나이에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 같은' 손주들이 너무 예뻐요. 요즘 TV에서 인기 있는 '아빠 어디 가?'를 할아버지-손주 컨셉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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