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유럽판 서브프라임


지금 세계경제는 유로존의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더 나아가 유럽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존 위기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유럽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유로존은 지난 1992년 화폐통합 마스트리히트조약(Maastricht Treaty)에서 태동했다. 이 조약은 화폐와 통화정책은 통합하고 재정, 금융과 은행 정책기능 권한은 각 나라에 맡겼다. 화폐는 공통으로 사용하면서도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정치적ㆍ정책적인 기능은 통합하지 못한 것이다. 많은 나라와 투자자들은 위기가 발생한다면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한 모든 국가에 다 지원할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그 결과 경제가 튼튼하지 못한 나라들의 차입능력과 신용이 급격히 향상됐다. 전례 없는 낮은 자금 조달비용으로 아일랜드ㆍ그리스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하던 고성장을 누렸다. 유로존 국가의 많은 은행들은 독일 은행들과 비슷한 신용으로 차입을 해올 수 있었고 이러한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의 과잉차입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부실로 표면화됐다. 10여년 만에 유로존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유로존 자체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위기는 관리할 수 있을지라도 근본치유는 불가능해보인다. 현재로서는 유로존 위기 관리의 속도는 독일이 쥐고 있다. 독일 내부 정치적 사정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ㆍEuropean Financial Security Facility)라는 구조조정기금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최적의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EFSF는 유럽연합(EU)에서 독일로 유로존의 통제권한이 넘어왔다는 데 주위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FSF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재정, 금융정책의 통제권을 독일에 넘겨야 하는 구조다. 재정, 금융정책만 통제하도록 한계를 규정한 것이 없어 독일이 재정, 금융을 넘어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EU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만든 방안의 하나인데 역설적으로 독일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총칼 없이 넓혀준 모양이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유로존의 구멍을 메우려면 천문학적 비용의 부담을 독일이 져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표면에 나타났다면 유로존 위기는 1992년 이후 2007년까지 경제기본이 약한 유로존의 나라들과 은행들이 과도한 차입을 해 생긴 '유럽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공적자금 및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태생적 결함을 가진 유로존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유로존 경제의 3%에도 못 미치는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앞으로 유럽위기가 미국 금융위기의 해결과는 다르게 전개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유로존 해체냐 아니냐,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갈 것인가 아닌가는 기술적 문제이다. 지금과 같은 대응방안으로는 현 유로체제 유지는 불가능하다. 그리스도 디폴트로 인한 국가혼란은 피할 수 없고 더 나아가 군인세력이 질서를 잡아야 할 상황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유로존 위기의 전개는 1~2년 이상 불안과 공포 속에서 어떠한 해법이 나오면 안도하고 조금 지나 악재가 나오면 다시 불안과 공포로 번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유럽은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급격하게 황폐화, 공동화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로존 위기국가들의 구조조정에 독일처럼 깊숙이 빠져들지 않는 것이 새옹지마가 돼 나중에 더 탄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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