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계 없는 펀드 공화국

[기자의 눈] 통계 없는 펀드 공화국 증권부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쉴새 없이 달려온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선 지난 1월. 시장의 관심은 온통 펀드 투자자의 대량 환매 여부에 집중됐다. 시시각각 급락하는 주가만큼이나 하루하루의 자금동향에 온갖 시선이 쏠린 것이다. 하지만 자산운용협회가 공개하는 자료는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협회는 매일 장 마감 이후 전일 기준일 수치를 집계한다. 문제는 이 수치가 신청일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금 이동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데 있다. 펀드 유입 및 환매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특정일의 공개 자료는 각각 약 2일, 4~5일 전 신청된 국내ㆍ해외펀드 유입액과 약 4일, 7~10일 전 신청된 국내ㆍ해외펀드 환매 금액의 차가 만들어낸 어정쩡한(?) 기록이 될 수밖에 없다. 공개된 자료를 참고로 가입ㆍ환매에 나서려면 영업시간상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니 수치와 투자자의 대응 사이에 심각한 일수차가 존재하게 된다. 지난해 전체 펀드계좌 수가 2,000만개를 넘어서며 '1가구 1펀드'라는 말이 회자됐지만 이에도 '온도차'는 존재한다. 펀드 투자시 한 개인이 4~5개, 많게는 10여개의 펀드를 보유함을 감안할 때 국내 가구 중 어느 정도가 간접투자상품에 가입하고 있는지 여부도 추정만 가능하다. 펀드에 관한 각종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대외적 공시기능을 담당하는 자산운용협회의 시스템이 급팽창한 시장의 필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 회원사 갹출로 협회가 운영되고 있는 업계 구조도 각종 통계가 일반화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협회가 회원사인 자산운용사들의 정보 공개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쉽게 일반화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펀드시장은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투자 신뢰의 기초가 될 각종 통계자료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확한 시장정보도 내놓지 않고 자금유입만 기대하는 것은 그토록 해서는 안 된다는 '묻지마 투자'를 자산운용 주체가 스스로 부추기는 꼴이 된다. 시장의 건강한 성장은 투명한 신뢰도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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