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권 부실 전이 차단" 주장에 "오히려 확산 된다" 반론

[부활하는 官의 시장 개입] 금융지주사가 부실 저축銀 인수<br>당국 "불확실성 해소 위해 지주사와 짝짓기"<br>시장선 "도덕적 해이 방조·부실처리 이연 초래"

저축은행 부실처리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관치의 명암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중수 한은 총재, 홍재형 국회 부의장 등이 건배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축은행 부실 처리에 대해 묻자 '속도전'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신속한 초기 대응만이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시스템 리스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부실 저축은행과 금융지주회사와의 짝짓기, 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신음하는 저축은행을 은행에 넘기는 방식을 꺼냈다. 이를 먼저 얘기한 곳은 지주회사 회장들이었지만 '관치의 화신' 답게 김 위원장은 "당국과 교감한 것"이라며 개입론을 피하지 않았다. '관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두려워 할 때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곳곳에서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을 다른 금융권에 전염시키고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해 환란 이후 어렵게 구축한 구조조정의 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의 전이 차단인가, 확산인가=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부실이 우려되는 PF 대출을 신속하게 정리해 불필요한 위기 확산 우려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실제로 지난해 국회에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증액 수정안을 내면서 "회생이 어려운 3곳의 중소형 저축은행에 대해 인수합병(M&A) 등을 추진 중이며 중대형을 포함한 5곳이 추가 부실로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구조자금이 바닥나면서 구조조정이 늦었다"며 "시장 자율적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지만 잠재부실에 대한 의견차 때문에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 부실을 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작은 곳은 언제라도 날릴 수 있지만 이대로 놓아두면 중대형 저축은행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커질 수 있다"며 금융지주회사와의 짝짓기에 대한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얘기도 있다. 현재 지주회사에 짝짓기되거나 관 주도로 매각ㆍ정리될 대상은 10곳 안팎. 이들은 소형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자산 규모가 6,000억~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요주의 이하 여신 비율 역시 많게는 40% 언저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1조원 안팎의 저축은행의 경우 총 여신 규모가 6,000억원대인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대규모 추가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4.3%까지 치솟았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85%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여신분류를 적용하면 저축은행 정상 여신의 상당 부분이 요주의에 해당된다"며 "공적자금 지원이나 감자 등의 조치가 이뤄져도 금융지주가 부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 경우 중대형 저축 은행들을 인수한 지주회사에 부담이 옮겨가고 부실 처리가 이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훼손인가, 건전 시스템을 위한 대가인가=금융 당국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시절 시장 개입을 최소화했다. 당국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리 싫어'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힘들더라도 시장 자율의 시스템에 의해 해결되기를 기대했다. 시장의 '자율적 정화'라는 장기 시스템을 원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국의 시장 장악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나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보듯이 당국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취임을 전후해 금융지주회장들과 담판을 통해 저축은행을 떠안아 달라고 요청했고 그의 '성질'을 아는 회장들은 못내 이를 받아들였다. 시스템은 사라지고 사람이 시장을 움직이는 과거형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성장통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진 전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뜻하는 목표는 같다"며 "김 위원장은 급한 위기를 넘긴 뒤 제대로 된 시스템(청사진)을 구축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저축은행 대주주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단죄는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뜻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수신으로 돈을 버는 것을 메우려다 보니 PF 대출에 의존한 것"이라며 "부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은 막아야 하며 시스템 정상화 차원에서라도 확실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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