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차업계‘신국제전략’급하다/「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주는 교훈

◎벤츠·BMW 값싼 소형카 첫선 수출경쟁자 가세/포드·GM 등 “아주공략 교두보” 대한진출 노려/투자 다변화·차종 다양화 없인 「안방」도 내줄판【프랑크푸르트=박원배 특파원】 제57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시내 메세. 공항에서 20㎞, 중앙역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이 곳은 세계자동차산업의 진로를 모색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의 장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전세계 41개국 1천1백여개 자동차 및 관련업체들이 참가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신모델의 경합이나 기술동향을 살펴보는 차원을 넘어 국내업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실감케한다. 「메세의 메시지」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일류업체들의 야심찬 국제전략의 틀 속에서 우리업체들은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선택을 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먼저 독일인의 자존심,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구상」은 우리의 진로를 재검토케한다. 벤츠는 이번 쇼에서 소형차 「A클라스」를 선보여 최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백년역사 벤츠에 있어 변신의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이 A카는 배기량 1천400㏄·1천600㏄급. 국내업체들의 수출주력차종에 벤츠가 또 하나의 경쟁자로 가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A클라스」에 대한 인기는 판매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올해말 공급키로 하고 계약을 받고 있는 이 모델은 주문후 1년을 기다려야한다. 가격도 3백2만5천마르크(1천6백㏄기준)로 같은 기종의 국산차에 비해 2백50만원정도 비싼 정도다. 벤츠의 돌풍에 BMW도 맞대응에 나섰고 전통적으로 중소형차종에서 강세를 보여온 폴크스바겐도 소형차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벤츠와 BMW도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가 됐다. 그만큼 우리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뜻이다. 또 하나 이번 모터쇼에서 확인된 것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갖고 있는 「대한카드」다. 벤츠는 쌍용과의 협력에 전에 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벤츠는 일본 다음 가는 아시아의 거대시장인 한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차세대 세계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업체들은 벤츠가 대형 뿐만 아니라 중소형차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포드 또한 「기아위기」와 관련해 곧 지원을 위한 경영실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업체인 GM도 『한국업체와 제휴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우리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공룡이 한국시장에 쏟는 관심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2000년대를 향한 국제전략의 충돌」로 풀이했다. GM은 월드카전략에 매달리다 포드에 뒤진 국제전략의 일대전기를 마련하고 지난 92년 대우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하면서 뒤늦게 깨달은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GM은 「포드 2000」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드 2000은 2000년에 세계 최대업체가 된다는 포드의 21세기구상을 가리킨다. GM은 이에대해 「일본에서 인도까지」 아시아를 집중공략 한다는 구상을 마련했고 일본 다음으로 「신속하게」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한국시장을 다시 평가하게된 것이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M과 포드, 그리고 벤츠 등이 한국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기아와 쌍용,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GM과 포드, 벤츠의 동향을 적극적인 내수방어와 2000년대 세계10대업체를 목표로 적극적인 해외시장공략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와 대우에도 전략적인 수정과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밖에서는 거대기업들의 투자지역 다변화와 차종 다양화에 맞서고, 안으로는 이들의 진출전략에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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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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