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새 정부 출범의 징크스

“참여정부 출범 초가 (지금보다) 더 어려웠다. 그때는 카드사태 등으로 내부적인 문제가 심했다. 쓸 수 있는 룸이나 정책적 툴이 별로 없었다. 원사이드였다. 정책을 펴도 한쪽으로 밖에 못 폈다. 지금은 외부 여건은 좋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안정돼 있다. 여러 정책적 수단이 있다. ” 참여정부의 마지막 경제수장인 권오규 부총리의 말이다. 아무래도 과거 정권의 발언이기 때문에 조금은 가감해서 들을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버릴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코앞에 두고 요즘 시중에 “새 정부가 복이 없는 편이다”라는 말이 많이 떠도는 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도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며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요즘 조금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한 “3,000포인트는 어떻게 된 거냐”며 비아냥거리는 여론도 일부에서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 비하면 복이 없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에 겪고 있는 경제형편이 참여정부에 비해 그 정도로 어려운 것일까. 사실 국민의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러 가지 경제위기에 직면했었다. 굳이 앞서 인용한 권 부총리의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언제나 부침을 거듭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국내외 위기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외환위기에서 출범했고 참여정부는 국내 위기인 카드채 위기 속에서 첫날밤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집권 첫해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여건은 이전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다. 역대 정부 출범시 대외 경제여건을 살펴 보면 국민의 정부가 가장 어려웠던 반면 참여정부가 가장 좋았고 이명박 정부는 중간수준인 반면 대내 경제여건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출범 첫해 큰 폭의 성장둔화를 경험했기에 완만한 경기회복 국면에서 출발하는 이명박 정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출범 첫해와 직전연도 국내경제성장률 차이를 따져보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의 파도 속에 -11.6%포인트를 경험했고 카드 위기를 물려받은 참여정부는 -4.1%포인트의 성적을 거둔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이제까지 나온 올해 성장률 전망치(5% 안팎)를 종합해보면 보합수준에 멈출 전망이다. 그렇다면 역대 정부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극복했을까.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지친 기(氣)를 보강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전(前) 또는 전전 정권의 오류를 강조하는 데 급급해 이 같은 일을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외형적 구호에 너무 집착해 또 다른 거품을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참여정부 역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엉뚱한 환상을 퍼트리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참여정부 5년 내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평균성장률을 밑도는 보잘 것 없는 성적을 거두는 데 머물렀다. 역대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지만 과거 정부를 원망하는 일에 더 많은 정력과 시간을 허비한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국민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런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을 내심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6년 연속 세계 경제 평균성장률을 밑돌아서야 되겠는가. 그렇지만 우호적이지 않은 주변 여건이나 과거 정부의 잘못된 유산만 탓해서는 결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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