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지업계, 치킨게임 막오른다

무림, 일관화 공장 짓자 가격 인하 추진… 경쟁사들도 맞대응 예고


제지업계에 무림발(發)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공급과잉인 인쇄용지 시장에 무림제지가 이달부터 초대형 일관화공장을 완공하고 제품 출시에 나서면서 '가격인하의 칼'을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은 가뜩이나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지만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어서 여차하면 업계에 죽기살기식의 치킨게임(chicken game )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무림제지는 지난 2009년 11월 이후 5,000억원을 들여 시작한 울산의 펄프-제지 일관화공장 건설을 최근 완료하고 시험생산을 마친 뒤 이달부터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연간 생산규모가 50만톤이나 되는 초대형 공장으로, 특히 연료비 절감에 따른 15%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무림측의 설명이다. 내수시장이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인쇄용지의 대규모 추가 공급이 큰 부담이긴 하지만 업계가 더욱 경계하는 부분은 바로 원가경쟁력 확보에 따른 무림의 가격정책이다. 업계 관계자는 "펄프 가격이 최근 1~2년새 두배 가량 급등했지만 무림의 일관화공장을 경계하느라 제품값을 올리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림이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인쇄용지 전체 생산규모는 330만톤으로 이중 180~200만톤이 내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업체별 생산량은 한솔제지가 120만톤, 무림이 이번 일관화공장 생산으로 한솔과 비슷한 규모로 올라섰고, 한국제지는 40만톤 수준이다. 나머지는 홍원 등 중소업체들이 맡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 상태는 아니지만 무림은 일단 가격인하 방침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무림 관계자는 "원가절감으로 확보한 가격경쟁력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면서 "제품출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9~10월께는 제지업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가격경쟁력 15%를 비용으로 따지면 대략 연간 400억원 규모"라며 "1~2년 가량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이면 중소업체들은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솔제지는 지난해 인수한 아트원제지의 진주공장을 경쟁력이 약화돼 가동을 중지하고 조만간 폐쇄할 예정이다. 또 홍원제지는 워크아웃중이고, 계성제지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무림의 가격인하 방침에 나머지 빅3인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는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가격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펄프 가격 급등으로 제지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인데 거꾸로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무림이 파상 공세에 나서면 우리도 치킨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쇄용지 부문의 어려움을 수익성이 좋은 산업용지 쪽에서 커버하면 된다며 가격싸움에 자신있다고 전했다. 한국제지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무림이 공식적으로 가격인하를 통보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만약 무림이 강하게 나온다면 현금 보유도 많고, 금융비용도 거의 없는 우리가 가격전쟁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