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는 유럽 위기가 더 심화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보고 미리 자금을 쌓아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등급 기업들이 총 14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올들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 1995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채권을 발행한 지난해 연간 60억달러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HSBC의 고든 프렌치 글로벌마켓 아시아 지역 대표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업들이 돈을 빌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비축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달러화 대출 규모를 줄이고 만기도 짧게 가져가면서 기업들이 대안으로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경제의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유럽 위기가 일단 수면 밑으로 들어가면서 채권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펀드리서치업체인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신흥 채권 시장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38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유입된 자금의 24%에 해당한다.
또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고평가돼 있는 점도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해 달러표시채를 발행할 경우 차후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