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표준이 이끄는 창조경제

성시헌 국가기술표준원장

전통적으로 토지·노동·자본을 경제성장의 대표적인 3가지 생산요소로 여겼지만 글로벌 경제환경이 무형의 지식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지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져 가고 있다. 지식재산 거래회사인 오션토모(Ocean Tomo)가 발표한 S&P 500기업의 무형자산 비율이 지난 1975년 17%에서 2010년 80%로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는 경제성장 요소로 토지대신 지식개념을 도입하면서 기술진보를 통한 자본과 노동의 질적개선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끈다고 주장했다.

생산성·삶의 질 향상위한 핵심자산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새로 창출된 지식이 활용될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표준이다. 표준은 폐쇄성을 특징으로 주로 사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특허와 달리, 개방성을 특징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식을 보급하는 데 매우 적합한 지식재산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표준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고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표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조사·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1970~2012년 동안 매년 7.2%씩 성장했는데 이 중 0.8%는 표준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GDP(1조 1,635억달러) 기준으로 93억달러(9.9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표준은 매년 우리나라 노동생산성(투입 노동량 대비 생산량)을 17.6%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표준의 긍정적인 경제 효과는 측정한 것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표준은 작업장의 안전기준을 제시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고 제품 간 호환성을 담보해 교체 비용을 감소시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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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표준은 사회의 통합, 기업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생활·문화·서비스 부문의 규범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며 고령자·장애인·어린이 등 사회적 배려계층의 삶의 질 향상,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의료·관광·식품 분야까지 진화해가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국민행복 관점에서 표준이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합의, 절차의 정당성·공개성·투명성 등의 원칙에 의해 제정되는 표준이 법령에 적용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갈등을 미연에 방지해 규제저항을 낮추는 국가규범으로 활용되고 있다.

범부처 표준 운영체계 개편 필요

이와 같이 우리는 제품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던 표준의 전통적 기능을 넘어 기업에는 기술혁신과 새로운 성장의 도구,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의 도구, 정부에게는 행정비용을 줄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고하는 정책의 도구로서 표준이 활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 표준은 특허와 더불어 핵심 지식재산이다. 표준이 표준으로써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기업·소비자 등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표준이 제때에 제정되도록 표준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정부 3.0시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개방·협업·공유·소통형 범부처 표준 운영체계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표준은 기업·소비자·정부 등 모든 거버넌스 주체들의 참여와 합의가 전제될 때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규범으로서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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