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용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돈줄을 죄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조선업체 에버그린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4억위안의 1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적용한 금리는 9.9%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같은 규모의 회사채 발행 때 금리 4.64%의 두 배가 넘는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사기업들의 단기채 금리는 2005년 2.77%에서 올해 초 4.38%, 2월 들어 6.26%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밍 상하이야오지자산운용 파트너는 "연내 처음으로 중국에서 회사채 부도가 한두 건 정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민간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부도를 낸 적이 없다.
부채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기업들의 부채가 12조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부채총액 추정치인 12조9,0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S&P는 올해 말께 중국 기업들의 부채규모가 미국 기업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경제규모를 감안해도 기업의 부채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2008년 92%에서 2010년 111%, 2012년 124%로 뛰어올랐고 지난해에도 이 비율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다른 이머징국가들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40~70%선이며 미국은 81%이다.
급증한 부채와 치솟는 금리 때문에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그 불똥이 금융권 전반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데다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도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솽딩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부채가 너무 많아 경제 전체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