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금융시장 뒤흔드는 「헤지펀드」

◎자금 1,000억불 ‘외환사냥꾼’/미국내 200여 개인투자신탁 거대자본 형성/단기환투기로 고수익… 태 등 외환위기 불러【뉴욕=김인영 특파원】 「헤지펀드(hedge fund)의 공격을 방어하라.」 최근들어 헤지펀드들의 집요한 공략으로 태국, 필리핀등 동남아국가의 금융위기는 물론 체코, 브라질의 화폐 가치 폭락이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의 실체와 투기 방법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헤지 펀드는 국제금융시장의 큰손들이 몇명 모여 거대자본을 형성한 개인모집 투자신탁을 말한다. 헤지 펀드는 국제금융시장에 나와있는 선물환, 옵션거래등 천여개가 넘는 파생금융상품을 교묘히 조합해 단기 투자 중심으로 도박에 가까운 투기를 하므로 수익율이 높다. 타이거 펀드의 경우 지난 80년 이래 연평균 수익율이 38%나 된다. 세금을 피하고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카리브해 버뮤다등에 등록하기도 한다. 미국의 헤지 펀드는 2백여개에 이르며 전체 운영자금은 5백억 달러 정도이지만, 조세회피 지역의 자본까지 합치면 1천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가장 큰 헤지 펀드는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 그룹이며, 다음이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다. 두 펀드의 규모가 전체 헤지펀드의 절반에 이르므로 소로스와 로버트슨의 이름은 금융위기가 벌어지는 곳에는 언제나 거명되고 있다. 일단 환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국가는 정치적 위기와 금융위기가 동시에 수반한다. 92년 영국 파운드화 위기, 94년 멕시코 페소화 폭락에서도 헤지펀드가 끼어들었다. 심지어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총리는 22일 『특정한 미국자본가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동남아 통화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조지 소로스를 지칭한 것이다. 또 이달들어 바트화 폭락을 겪은 태국에는 소로스의 퀀텀 그룹이 지난 5월 중순 40억 달러 규모를 베팅하고 빠져 나갔다고 태국 정부측은 밝히고 있다. 전체 헤지펀드 자본의 아주 작은 규모가 바트화 거래에 부어졌지만 태국정부는 결국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했다. 체코정부도 지난 5월 헤지펀드의 환투기로부터 자국 화폐 코루나화를 방어하려고 30억 달러를 밀어넣었지만 환율 하락을 막는데 실패, 각료 일부를 경질했다. 이달들어 헤지펀드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는 브리질의 페르디난도 카르도소 대통령은 정치 생명을 걸고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헤지 펀드들은 연초 달러 매집에 나서 단물을 빼먹은후 일본 정부가 엔화 방어를 위해 매각에 나선 미재무부 채권에 집중 투자했다. 5월 이후 달러―엔화의 환율이 안정되자 통화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가, 즉 동남아, 남미, 중유럽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가을부터 사금융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헤지펀드를 양성화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상한을 현재의 99명에서 4백99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로버트슨의 경우 타이거 펀드의 지분(20억 달러)중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헤지 펀드의 공격을 당한 국가는 대부분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높여 환율을 고평가하려 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헤지 펀드의 공격을 스스로 유혹했다는 점도 간과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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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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