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경영권 분쟁 끝낼때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 아닙니까?” 한 달 여전 현대그룹 고위관계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기자실로 달려왔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이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의혹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직후였다. 보도자료에는 `~로 짐작된다``~로 추측된다`등의 문구들로 가득했다. 명분 내세우기, 진실공방, 법정시비 등으로 얼룩졌던 양측의 분쟁이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범현대가가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을 중재자로 내세웠지만 양측의 싸움은 이제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접점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입힌 까닭이다. 이제 이 싸움의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곰곰 따져볼 때가 됐다. 바로 소액주주들과 양측 계열사의 임직원들, 그리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적정주가를 3만~4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정작 주가는 7만원 안팎에서 움직인다. KCC측이 7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A 재료가 소멸되는 순간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을 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데 이어 올해도 4,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무난할 전망이다. 하지만 호황일수록 불황을 준비해야 하는 법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운반선 사업 매각으로 영업구조가 단순해 졌다”며 “이는 불황이 닥치면 한해에 수 천억원의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금 적절하게 투자하지 못하면 단숨에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 대통을 이은 고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계열사들의 줄 이은 자금위기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싸움이 길어지면 회사는 부실해지고, 이해 관계자들의 골은 더욱 깊어져 메우기가 어려워질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정은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이 점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을지 궁금하다. <조영주 산업부 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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