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기지원 이번엔 정말인가(사설)

한보사태가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몰아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소기업 자금난 악화가 가장 시급히 해소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을 방치할 경우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 총체적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실제로 중소기업 현장에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중기는 찬밥신세였는데 한보사태가 겹쳐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고 어음할인 금리도 연 20%까지 급등했으며 부도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중소기협중앙회의 「한보사태 이후 중기 자금환경변화」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이나 어음할인이 더 어려워졌는데 그 이유로 담보요구, 금융기관의 소극적 자세, 복잡한 서류요구, 적기대출 지연 등을 들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보사태 이후 더욱 악화했고 기왕의 대책도 립서비스에 그쳤음을 증명한다. 정부가 또 한차례 중기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이번엔 금융·세제·재정지원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은 모두 쏟아부었다. 이 위기 난국을 푸는데 대책이 없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책 발표만으론 안된다. 대책의 실천이 중요하다. 지금 부도도미노 사태에 직면하게 된것은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천되지 않았거나 실기했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도 중간에서 흐름이 막히고 정부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아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 꼴이 된 것이다. 정부가 자금을 풀어 중소기업 부도를 막겠다고 하지만 은행창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출을 기피하고 담보요구니, 서류요구니 해서 중기의 창구접근을 어렵게 만들기 일쑤다. 돈은 있어도 현장까지는 흐르지 못한다. 정부 따로, 은행 따로인 것이다.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양은 늘렸으나 중간 곳곳의 경화증으로 모세혈관까지 피가 흐르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도 자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최대고비를 맞고 있다. 이번에도 발표만 있고 실천이 없는 대책이어서는 안된다. 발표대로 집행되도록 후속조치가 따라야 하고 지원자금이 중기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챙기는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실효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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