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채권단과 벼랑 끝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 정부가 러시아와 대규모 합작사업에 나선다. 러시아와의 밀월을 통해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찾는 한편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리스는 러시아와 손잡고 20억유로(약 2조5,111억원) 규모의 가스 송유관 건설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그리스 환경에너지장관은 의회에서 일명 '터키시 스트림'으로 명명된 러시아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라파자니스 장관은 "그리스와 러시아는 오는 2018년부터 남유럽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통해 연간 470억㎥ 규모의 가스를 유럽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가스관 건설사업은 다면적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사업을 통해 그리스에 2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강하게 추진해왔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1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가스관 건설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바 있다. 그리스의 사업참여 결정으로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EU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냉전 라이벌인 러시아가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