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칼 아이칸 "펀드투자 손실 책임지기 싫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외부 투자금 모두 반환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칼 아이칸(사진)이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현재 운용 중인 펀드에서 자신의 자산을 제외한 외부 투자금 17억6,000만달러를 투자자들에게 전액 반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칸은 8일(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주 서한에서 "지난 2년 동안 시장이 급속히 회복됐지만 최근 중동 정정불안을 비롯해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며 "또 다른 시장위기가 발생할 경우 다시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난 2008년 투자자들에게 끼친 손실 때문에 몹시 괴로웠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아이칸의 펀드는 연간 36%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아이칸의 헤지펀드 운용 역사상 최악의 실적이었다. 아이칸이 운용 중인 '아이칸 엔터프라이저스'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현재 70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외부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은 17억6,000만달러 정도다. 한때는 운용규모가 이보다 훨씬 컸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 금을 상당액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회사의 지분을 사들인 후 경영권을 위협해 지분을 비싼 가격에 되파는 투자기법으로 수익을 추구해 '상어'라는 별명이 붙였다. 한국에서도 2006년 KT&G의 지분 6.59%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고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선임할 것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흔들었다. 이후 KT&G가 국민연금 등 백기사를 구해 간신히 경영권을 방어했지만 아이칸은 KT&G 주가가 상승하자 지분 전액을 매각해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손에 쥐고 한국을 떠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칸은 목표로 삼은 기업에 현금을 쏟아 부은 후 해당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왔다"며 "이런 투자실험이 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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