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

물속선 생각 맑아지고 정리 잘돼… 수영하며 중요한 결정 내리죠<br>정보 공개가 최우선 경영가치 정확하고 차별화한 정보 제공해<br>'교육업계 국정원' 칭찬 받기도<br>컨설팅, 돈벌이로 삼고싶지 않아… 진정한 교육 기업 만드는 게 꿈



"물속에서는 생각이 맑아지고 정리도 잘됩니다. 레인을 많이 돌 때는 보통 1,500m 정도 도는데 수영을 하면서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을 주로 내려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즌과 맞물려 연일 신문과 TV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입시교육 전문가로 등장하고 있는 임성호(43ㆍ사진) 하늘교육 대표는 수영 마니아다. 수능 때문에 하루 4시간 정도 자며 눈의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바쁜 요즘에도 수영을 일주일에 적어도 1~2회는 꼭 한다. 시간이 좀 있을 때는 일주일에 3~4회 수영장을 간다. 그가 수영에 이렇게 빠져든 것은 4년 전부터다.


"수영을 하기 전에는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었습니다. 골프도 하다 말고 그랬죠. 등산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고 달리기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영은 달랐죠. 물속에서 생각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이 단순하게 빨리 명쾌해지죠. 다른 사람들은 등산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는데 그렇다면 제게 등산은 수영인 셈이죠. 요즘은 직원들에게도 수영을 권하고 있습니다."

수영이 유일한 취미라는 임 대표에게 수영의 또 다른 이점을 물었다. 그는 "내 몸매는 좋은 건 아닌데 수영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 같다"며 "수영이 좋은 게 다른 운동을 하면 계속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물속에 들어가면 전화를 안 받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전화통화가 생각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뉘앙스의 얘기에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그의 뒤이은 언급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능 이후 한 2주 정도는 전화를 많이 받는 날은 200통 정도 받았습니다. 상담 전화도 있고요. 기자들도 전화를 많이 주시죠. 퇴근 후에 전화회의를 하기도 하는데 한 번 통화할 때 길게는 138분을 한 적도 있습니다." 실제 21일 서울 여의도 하늘교육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전화벨이 울렸다.

임 대표가 몸담고 있는 하늘교육은 1999년 수학전문학원으로 설립됐다. 입시정책에 가장 영향을 덜 받는 게 초등학생 교육이라는 판단 하에 초등학생 교육사업을 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임 대표는 "당시에는 중ㆍ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허용이 됐지만 초등학생 학원은 설립 허가가 안 났다"며 "2000년 관련 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나기 전까지 하늘교육은 학습지 대리점 형태를 띠었다"고 설명했다.

하늘교육이 교육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 유아와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교육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다. 이미 주요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늘교육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방문교사의 지도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단순히 학생들이 푼 문제집을 채점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 등을 제공한 것.

성과는 매출 증대로도 이어졌다. 2007년 176억원, 2008년 298억원 2009년 359억원의 매출을 거둔 하늘교육은 올해 430억~4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관계사와 계열사의 매출을 합하면 모두 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늘교육은 현재 프랜차이즈 수가 전국 180개이며 방문교육 형태 대리점이 97곳이다. 학생 수는 6만명에 달한다. 본사 직원은 180명이며 대리점, 프랜차이즈 교사 수까지 합치면 모두 2,500명이 하늘교육에 종사하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하늘교육은 올해 서진원 공동 대표의 아버지인 서진근 중앙학원 회장이 운영하는 중앙학원을 흡수 통합해 유아에서부터 고등학생, 대입 재수생에까지 이르는 교육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임 대표가 교육 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군대를 가기 전 두 달 정도 노량진 중앙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수학 강의를 했다. 학생들로부터 꽤 인기가 있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임 대표를 눈여겨본 서진원 대표는 군대를 다녀와 롯데전자(현 롯데정보통신)에 재직 중인 그에게 학원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니 학원 강사를 다시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그였지만 함께 경영을 해보자는 제안은 받아들였다.

"사실 원래부터 가르치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수업 마치고 같은 학급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학 자습부장을 맡았을 정도니까요. 아직도 중학교 동창들은 저를 수학 자습부장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학원 강사에는 큰 매력을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학원 경영 얘기를 들었을 땐 뭔가 솔깃한 게 있었습니다. 교육사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깨끗한 사업이라고 했던 서 회장의 얘기가 머릿속을 스치면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경영기조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보공개'라고 답했다.

"학원의 주 기능은 티칭(가르치는 것)이 돼야지 컨설팅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식집으로 치면 컨설팅은 '스끼다시' 아닙니까. 그걸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자료는 또 어떻습니까. 3만~5만원 내고 한 장 보고 한 장 더 보려고 하면 또 돈 내야 하고 이건 아니죠. 하늘교육은 지금도 컨설팅을 수익 사업으로 삼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임 대표는 정확한 정보공개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도 힘줘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학교가 별로라는 생각으로 심지어 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학부모들에게 그 지역의 각 학교별 대학진학 현황 등을 보여주다 보면 상당수가 부정확한 정보라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전입자 수가 줄어든 원인이 하늘교육 때문이라는 얘기가 실제 부동산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정보는 그릇된 루머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가 받는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대표에게 꿈을 물었다. "단순한 사교육 업체가 아닌 뭔가 기업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하늘교육이 만든 교재는 그냥 만든 교재가 아니고 하늘교육이 하는 컨설팅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전에 누가 하늘교육은 교육업계의 국정원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스타강사에 의존한 학원은 스타강사가 없어지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축적되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240만명의 학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컨설팅을 무료로 실시하고 값이 싸면서도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관련기사



두 시간쯤 인터뷰가 계속되자 창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임 대표의 다음 행선지는 집이 아닌 인천 영종도에서 열리는 입시설명회였다.






● 임성호 대표는

▲1970년 경북 예천 ▲1995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94년 롯데그룹 입사 ▲1999~2011년 하늘교육 기획실장, 기획이사 ▲2011년~ 하늘교육 대표 ▲2013년~ 하늘교육 및 하늘교육중앙학원 대표








입시 성공하려면 막연한 루머·강남신화 경계 필요

■ 임대표에게 듣는 자녀교육법
공부는 필 받아 재미있게해야 효과… 관심 가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김연하기자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성공적인 입시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근거 없이 떠도는 '루머'와 '강남 신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여러 종류의 학원에 보낸다. 그들의 주변에는 누구는 경시대회로 서울대에 갔다더라, 누구는 수능으로 혹은 논술로 대학에 갔다더라 등의 루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학부모는 여러 토끼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준비는 결국 한 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학부모들이 어제는 이쪽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논술 학원을 찾고 오늘은 저쪽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경시대회 준비 학원에 보내고 내일은 다른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수능 준비 학원에 보내는 식으로 입시를 치르고 있다"며 "경시대회로 대학을 간 아이는 과학고 출신인데다 특기자 전형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데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무조건 주변 사람들의 말에만 의존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면 무조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다는 믿음을 버리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임 대표는 "강남의 한 명문고를 분석한 결과 4년제 진학 비율은 37.2%이고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로 일컬어지는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은 전교생 300여명 중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런 정보를 모르고 무조건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통계나 정보를 가지고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부모들이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자녀가 스스로 공부에 관심을 가질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릴 것도 주문했다. 그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무리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런 아이들은 결국 금방 지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해 정작 대입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공부는 스스로가 필(feel)을 받아서 재미있게 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필이 오지도 않았을 때 억지로 공부를 시켜 역효과만 낸다"며 "누구나 한 번은 필이 오는 만큼 부모가 그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