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모두 꺾였다. 평소 같으면 호들갑을 떨 정부지만 이번만큼은 차분하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여전히 최고 수준인데다 건설을 제외하고는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 생산 등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기 때문에 지금은 고성장이 오히려 경제를 주름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1.6%로 지난달보다 0.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동행지수는 건설기성액과 서비스업 생산지수 감소로, 선행지수는 소비자기대지수 및 기계수주액 감소로 각각 내림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일시적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3개월 이동평균이기 때문에 2월 지수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아 마이너스가 됐다"며 "지금 추세라면 5월부터는 다시 플러스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월간 단위로 보면 소폭 조정되는 분위기이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4%대 중반에 달하는 물가상승 압력을 어떻게든 눌러야 하는 상황에서 다소간의 경기조정은 불가피하고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산업지표는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였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증가했다.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로 두자릿수 오름세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도체(13.4%), 자동차(11.6%), 기계장비(14.3%) 등 수출주력 업종이 호조세를 보인 반면 내수는 부진했다. 수출용 출하는 지난해 3월보다 18.0% 늘었지만 내수용 출하는 5.1% 증가하는 데 그친 게 이를 증명한다. 설비투자는 불안하다. 3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운송장비 투자 증가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0.3% 늘었다. 1월 21.2%, 2월 1.4%에 이어 계속된 감소세다. 건실지표도 좋지 않다. 3월 건설기성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 감소했고 건설수주는 3월에 민간부문 주택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13.7% 늘어났지만 1ㆍ4분기 전체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건설수주 부진에는 공공부문 발주가 1ㆍ4분기에 50%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유가와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고 소비심리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중동이나 유럽 재정위기, 일본 지진사태의 방사성 물질 유출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향후 경기는 위험요인의 추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