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영화, 음악 속에서 춤을 추다

■ 전계수 감독 '삼거리극장'<br>국내 최초 본격 뮤지컬 영화<br>판타지 특성 장르에 맞게 소화<br>생기 넘치는 캐릭터 개성 만점

전계수 감독의 데뷔작 '삼거리극장'은 국내 최초의 본격 뮤지컬영화다.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기이한 판타지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뮤지컬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대공연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 뮤지컬이란 장르인지라 화면으로 옮기는 데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 첫번째 어려움이 춤ㆍ노래와 연기의 균일한 질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 카메라에 적합한 연기자에게 배역을 맡기다 보면 종종 춤과 노래가 함량 미달 되기 일쑤다. 두번째 어려움은 구성에 있다. 막과 막 사이에 휴지기가 존재하는 공연뮤지컬과는 달리 영화는 연속적이다. 때문에 어느 곳에서 춤과 노래가 들어가야 하는지, 또 그 이후에는 어떻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야 하는지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때문에 할리우드와는 달리 한국영화에서는 그 동안 이렇다 할 뮤지컬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비로소 올해 들어서 장르 다변화를 위해 고민하던 충무로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세편의 뮤지컬 영화가 선보이게 됐는데 이미 개봉됐던 ‘다세포소녀’‘구미호가족’과 ‘삼거리 극장’이 그것이다. 이중 ‘삼거리극장’은 ‘구미호 가족’보다 먼저 제작이 완료돼 지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비록 먼저 만들어지긴 했지만 ‘삼거리 극장’은 여러 면에서 ‘구미호 가족’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의 출연진이다. 박영수, 한애리, 조희봉, 박준면 등 출연진은 두드러진 스타는 없으나 춤과 노래, 연기 모두에 내공이 다져진 배우들이다. 때문에 영화는 뮤지컬 부분이나 극 부분 그 어디에서도 어색함이 없다. 또한 ‘삼거리 극장’은 이야기에 극장 공연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구성의 문제점 또한 극복했다. 영화는 평범한 여고생 소단(김꽃비)의 이야기다. 소단과 함께 살고 있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어느날 저녁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소단은 할머니가 사라지면서 남긴 “삼거리 극장에 간다“라는 말을 따라 극장을 찾아가고 우여곡절 끝에 매표원으로 취직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극장은 밤마다 혼령들이 출몰하는 곳이었다. 소단은 삼거리 극장에서 기괴한 옷차림과 장난기를 가진 모스키토(박영수), 전생에 기생이었던 섹시한 완다(한애리), 일본 중위 혼령 히로시(조희봉), 극장 최고의 여배우 에리사(박준면) 등과 만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삼거리 극장의 사장인 우기남(천호진)과 자신의 할머니 사이의 비밀까지 풀어나간다. 이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 속에는 시공간이 뒤죽박죽 돼 있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 또한 무너져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오히려 뮤지컬이라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썩 어울린다. 판타지가 가득한 세계에서 귀신들이 시끌벅적 떠드는 것을 구경하는 경험은 꽤 즐겁다. ‘비틀쥬스’, ‘아담스패밀리' 등의 영화에서 차용한 듯한 인물들도 영화의 활기를 더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전계수 감독이 스스로 “100% 농담 영화”라고 말했듯이 삼거리 극장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기묘한 상상력과 세심하게 만들어진 춤과 노래 등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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