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아해운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역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페어먼트파트너스의 실소유주는 흥아해운의 홍콩 대리점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진이자 특수관계인이었던 이윤재 흥아해운 회장과 페어먼트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와 흥아해운에 따르면 페어먼트의 최대주주는 홍콩 대리점인 콩힝에이전시(Kong Hing Agency Ltd.)의 이내근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페어먼트의 임원인 이홍자씨와 이준우씨가 각각 콩힝에이전시의 상무와 이사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콩힝에이전시는 흥아해운의 총대리점(General Agency)으로 30년째 한국과 홍콩ㆍ남중국 지역에서 해운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흥아해운의 한 관계자는 “이내근 회장은 흥아해운은 물론 다른 국내외 해운사의 홍콩 대리점도 맡고 있다”며 “특히 홍콩 한인회 회장을 지냈던 재력가로 한국에 여러 군데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어먼트와 흥아해운이 이미 거래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페어먼트가 흥아해운의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윤재 회장과 페어먼트와 연결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년간의 흥아해운 법정관리인을 맡아왔고 탈피 이후에도 회장직을 계속 해왔다. 반면 창업주의 장남인 윤호중씨와 특수관계인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해 법정관리 탈피 과정에서 페어먼트에 실권주를 인수하도록 해 전문경영인이 아닌 소유주가 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이 회장은 올 들어 틈틈이 지분을 매입한 반면 창업주 일가는 수차례에 걸친 장내 매각과 특수관계인 해소 등으로 보유 지분이 31만1,233주(13.12%)에서 15만4,570주(6.52%)로 줄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에 대해 흥아해운 관계자는 “창업주 일가의 일부 인사들이 경영에 참여할 계획을 완전히 접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페어펀트의 지분 인수는 흥아해운의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전개될 인수합병(M&A)전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이 회장의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날 흥아해운 주가는 M&A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하한가까지 추락, 3만1,15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