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체감경기 회복 시간 걸린다"

■ 재경부, 경기동향 담은 '그린북' 발표<br>회복강도·속도 기대 못미쳐, 판단은 4월이후나<br>내수회복·고용 바로미터 건설투자 오히려 하강

낙관론에 휩싸여 있던 정부의 경기 인식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낙관론에 젖어 있던 모습이 은연중 시들해지더니 급기야 회복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경기에 대한 낙관론에 경계론을 읊은 지 일주일도 안된 시점이다. 경기 인식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모처럼 발을 맞춘 셈이다. 경기 인식과 관련한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이 냉온탕을 반복하자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달 앞도 바라보지 못하는 정부와 한은의 경기분석능력이 과연 정책으로 어떻게 투영될지도 의문이다. 재정경제부가 11일 내놓은 월간 정례 경제 분석리포트인 ‘그린북’을 보면 종합평가 항목 대부분이 한달 전보다 퇴보했다. 재경부는 “지표경기가 개선되더라도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은 3, 4월 지표가 나오는 4월 말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핑에 나선 박병원 차관보는 한발 더 나아가 “경기회복의 강도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현재로서는 체감경기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회복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한달 전 내놓은 그린북에서는 “수출과 내수 등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관찰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한껏 낙관론에 도취된 바 있다. 세부항목별 진단도 한달 전보다 확연하게 물러난 것이 눈에 띈다. 3월 그린북에서는 민간소비와 관련해 “회복이 전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던 것이 4월에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설비투자에 대한 진단은 더욱 심하다. 3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던 것이 4월에는 “본격 회복에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사실상 정 반대의 분석을 보였다. 건설투자도 마찬가지.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은 사라지고 “건설투자가 당분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 전망은 심리적 지표가 실물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심리ㆍ실물간 괴리현상’ 때문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특히 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4만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고 2월에는 증가폭이 8만명으로 위축됐다. 이는 지난해 1월 37만명, 2월 51만명, 3월 53만명, 4월 52만명 등 지난해 초 50만명 가량이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하다. 고용과 직결되는 내수도 앞길이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내놓은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업지수는 올 1∼2월 0.1%가 증가하는 데 머물러 지난해 연간 성장률인 0.6%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내수회복과 고용의 바로미터인 건설투자는 오히려 더욱 하강하는 양상을 보였다. 1∼2월의 건설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떨어져 지난해 4ㆍ4분기 증가율 28.8%에 비해 급속도로 추락했고 건설기성도 4.4%에서 1.4%로 내려 앉았다. 이에 따라 자칫 심리적 상승에 따라 오름세를 보이는 듯했던 경기상황이 금세 고꾸라지는 이른바 ‘심리적 더블딥’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대두되는 실정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여건을 볼 때 경기회복은 도저히 빠르게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수에 포커스를 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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