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00만 유커 한국 풍속도 바꾼다] "시진핑 들른 가구박물관 가보자" 중국 정치인·기업인 방문 잇따라

'관계 쌓기' 특유의 문화

인상 깊게 본 전시품서 앉은 자리·방명록까지

일일이 확인·사진 '찰칵'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가 지난 7월4일 박근혜 대통령과 서울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가구박물관은 시 주석 부부가 방문한 후 저장성장 등 중국 정치인과 기업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이다. /사진제공=청와대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에 중국 유력인사가 몰려들고 있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방문했던 곳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시 주석과 인연을 만들고자 하는 중국의 각계 인사들이 잇달아 찾고 있는 것이다.

1일 성북구와 가구박물관에 따르면 시 주석 부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가구박물관에서 특별오찬을 한 7월4일 이후 중국의 성장(省長) 등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30여명이 방문했다. 7월 말에는 웨이홍(魏宏) 중국 쓰촨성장이 방한 일정 중 잠시 짬을 내 이곳을 방문했고 이어 지난달에는 리치앙(李强) 저장성장도 가구박물관을 찾았다. 7~8월에는 중국건설은행과 전자제조기업인 화웨이, 철강·소재기업 시바오그룹 임직원들이 대거 가구박물관을 찾았다. 특징적인 점은 한번에 10명 이상 단체로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중국 정치인과 기업인의 관심은 시 주석의 방문 이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박중선 가구박물관 이사는 "과거 일본이나 홍콩에서 가끔 찾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국 본토에서 박물관을 찾은 일은 없었다"며 "시 주석 방문 이후 한국 내 직원들을 통한 중국 정관계 인사들의 방문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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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와 박물관 측은 이 같은 방문이 상호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 특유의 문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이 식사를 하고 인상 깊어 했던 장소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시 주석과의 공감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특히 중국 성장들의 경우 한국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인 만큼 당 고위실력자와의 관계가 정치적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인 역시 당 실력자와의 탄탄한 신뢰관계가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계 쌓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가구박물관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물관을 방문한 중국 인사들은 시 주석이 앉았던 자리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는 등 시 주석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는 "시 주석이 앉은 자리와 서서 인상 깊게 보았던 위치, 전시품, 방명록에 적은 내용까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 시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가구박물관에서 식사와 관람을 한 후 "이곳에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며 "박물관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다"며 만족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과 펑 여사는 방명록에는 별도의 메시지 없이 한 페이지에 같이 이름을 남겼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설립자인 정미숙 관장이 직접 수집한 한국의 고가구와 전통가구를 전시하는 사립박물관으로 아름다운 관내 풍경과 수준 높은 전시품으로 국내외의 호평을 받는 곳이다. 사전예약제로만 운영하고 15명 이하로 팀을 구성해 설명을 들으며 조용하고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고 있다. 지난해 브래드 피트가 방한 중 1시간 일정으로 가구박물관을 들렀다가 한국 전통가구의 아름다움에 빠져 5시간을 보낸 일화가 유명하다. 9월 말에는 세계헌법재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각국 법관들이 가구박물관에 들르기도 했으며 레소토왕국 국왕도 방문을 예약해놓은 상태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가구박물관은 간송미술관과 함께 세계 유력인사들에게 사랑 받는 성북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이곳을 포함한 성북구 일대를 역사문화지구로 조성해 더 많은 이들이 가구박물과의 진가를 알고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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