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계는 기술전쟁 중

과학기술부 차관 임상규

[로터리] 세계는 기술전쟁 중 과학기술부 차관 임상규 과학기술부 차관 임상규 1588년 7월. 세계사를 바꾼 해전이 발생한다. 영국은 예상을 뒤엎고 스페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Armada)’를 격파했다. 승리의 비결은 바로 과학기술이었다. 사정거리가 두 배나 늘어난 새로운 재질의 대포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출범을 알리는 팡파르였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조그만 칩 하나로 세계 컴퓨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텔’처럼 기술을 갖춘 국가나 기업이 세계를 지배한다. 21세기는 누가 먼저 핵심ㆍ원천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명운이 결정되는 기술전쟁의 시대인 것이다. 최근 들어 선진국들은 원천기술을 무기로 기술장벽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삼성SDI의 PDP 대일수출이 특허와 관련한 후지쓰의 이의제기로 한때 중단된 바 있고 MP3플레이어의 경우 미국ㆍ이탈리아 등이 보낸 특허침해 경고만 38건에 달한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공세는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미국 퀄컴사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받아간 CDMA관련 로열티만 2조원에 달한다. 후발국도 뛰고 있다. ‘세계의 하청기지’로 불리던 중국은 연구개발의 핵심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상하이에 입주한 세계 500대 기업의 R&D센터만 100개가 넘는다. BRICs의 일원인 인도의 경우 소프트웨어 수출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국민소득 1만달러 벽에서 9년째 머물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노동과 자본투입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참여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도 과학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소득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행정체제를 개편해 과학기술부를 부총리부처로 승격시키고 국가연구개발예산을 배분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도 기술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초석이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기술전쟁에서 승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선진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ㆍ정착시키는 데 국민적 역량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후손들에게 풍요롭고 당당한 미래를 남겨주느냐 아니냐가 우리의 마음가짐과 실천 여부에 달렸다. 입력시간 : 2004-06-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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