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경제부총리는 이런 분이…

나성린<한양대교수·경제금융학부>

1년 전 이헌재씨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 모 일간지에 ‘이헌재 경제팀에 바란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필자가 했던 말의 요지는 첫째, 산적한 대내외 시장 불안 요인을 시장원리에 충실한 구조조정을 통해 제거하고 당면한 경제침체와 실업 문제는 편법적 경기부양책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 경제부총리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대통령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이런 문제들로 자신의 경제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이 나라 경제수장으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미련 없이 자리를 던지는 소신을 발휘해달라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이헌재씨는 경제정책과 관련된 소신이 아니라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1년 내내 진보적 개혁을 앞세우며 경제를 불안하게 한 참여정부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고군분투하다 이제 정부도 정신 차리면서 모처럼 경제가 기지개를 펴려는 순간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필자의 조언과 달리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신용불량자 대책, 통합도산법, 자유무역협정 확대, 법인세 인하 등 경제정책에서 나름대로 시장경제원리 준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고 집단소송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제도 등의 재벌정책에서 나름대로 기업을 이해하는 입장에 서서 참여정부 내의 섣부른 개혁론자들의 독선을 막아온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해서 눈치를 보며 비경제 분야에서의 국정운영을 좀 안정적으로 해달라는 소신을 확실히 피력하지 못한 것은 경제수장으로서 아쉬운 점이 남는다. 이제 새로 임명될 경제부총리는 지난 2년간 참여정부의 경제성과가 실망스러웠다는 것을 인정하는 솔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지난 2년간 참여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는 무수히 경기부양책을 써왔고 그것이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 경제부처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비경제 분야에서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한 도리가 없었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냉철하고 솔직한 현상 인식하에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비전과 정책대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새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회복 기미가 국정운영 방향의 경제 우선으로의 전환과 주식시장ㆍ코스닥시장 부양책에 의한 것이기에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신중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 조짐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의 경제우선 국정 운영 방향을 견지해야 함을 주장할 수 있는 배짱이 있고 기업투자 활성화, 중소기업 활성화, 환율 안정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새 경제부총리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정부의 태생적 특성인 분배성향과 균형발전 비전을 시장경제원리와 경쟁논리 속에 잘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단 이러한 사람이 새 경제부총리로서 적격자라면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경제운용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 지난 2년간처럼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청와대ㆍ여당ㆍ정부가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정부부처간에 갈등이 표출되는 정책불확실성이 계속돼서는 아무리 유능한 인물을 경제부총리로 앉혀도 바람직한 경제성과를 이뤄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질 때 새 경제부총리는 그것을 십분 활용하며 청와대, 각 정부부처, 그리고 정치권간의 정책조정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가 다시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에 참여정부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도 경제 전문가그룹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소신 있는 전문가가 새 경제부총리로 임명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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