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무역의 날'과 무역조절

최근 SK· LG· 현대· 쌍용 등 국내 정유4사에 정덕구(鄭德龜) 산업자원부 장관의 엄명이 떨어졌다.鄭장관은 지난 26일 정유4사의 부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올 연말 무역수지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원유수입 날짜를 가급적 늦춰줄 것을 지시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鄭장관이 12월1일 「무역의 날」에 있을 대통령보고를 의식해서인지 이달 통관물량을 12월 초로 넘기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鄭장관은 또 연말 원유수입물량도 조절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鄭장관이 정유회사에 원유수입 날짜를 조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 목표 250억달러를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해 39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무역수지 흑자 목표치가 250억달러로 크게 축소됐는데 이를 못 맞춘다면 무역총괄 장관으로서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게 뻔하다. 산자부는 올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급증에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무역수지 방어에 적잖이 고심해온 게 사실이다. 鄭장관이 정유사에 내린 지시는 산자부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밀어내기 수출과 수입날짜 조정은 무역수지를 짜맞추기 위해 활용되던 전통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鄭장관이 기회있을 때마다 업계자율과 시장기능을 강조해왔던 점을 고려해보면 이번 지시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鄭장관은 평소 밀어내기와 같은 수법으로 무역수지를 짜맞추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오던 터였다. 며칠 후면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 수입을 잠깐 줄이기 위해 유조선을 하릴없이 정박시켜놓는 기교는 이제 버릴 때가 아닌가 한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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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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