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사고 파는 ‘아트마켓’이 국내 최대 규모로 열렸다. 9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08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서 18개 음악단체, 9개 무용단체, 42개 연극ㆍ뮤지컬 제작사, 18개 복합장르 제작사 등 예술단체 및 제작사 90여 곳과 전국 92개 문예회관이 참여해 아트마켓을 선보였다. 국내에 공연예술 아트마켓이 도입된 건 지난 2005년. 우수 공연을 찾는 국내외 공연장과 좋은 공연장을 원하는 공연단체를 연결하자는 취지에서 제1회 서울아트마켓이 열렸다. (사)전국문예회관연합회 소속의 전국 공연장들과 국내외 53개 공연예술기관이 참여해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아트마켓은 분화됐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는 지역 공연장과 소규모 공연을 연결하는 아트마켓을 자체적으로 열었고, 서울아트마켓은 해외공연장 관계자를 초청해 국내 작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올해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최의 아트마켓은 공연 축제가 어우러진 ‘아트 페스티벌’로 확대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게 됐다. 공연관계자만 500여 명이 참여하고, 공연 판매금액만 1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자동차, 해비치호텔 등의 후원으로 예산이 늘어나 참가 부담금이 줄어든 덕분이다. 아트마켓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90여 개 공연단체가 개설한 부스에는 연신 지역 공연장 관계자들이 오가며 상담이 줄을 이었다. 대관료를 받고 공연장을 임대하는 서울과 달리 지역 공연장은 제작사에 개런티를 내고 공연을 통째로 사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직접 상담이 반드시 필요한 것. 구매자인 지역 공연장 관계자들은 “공급자인 공연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있으니 상당히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담당자는 “공연 단체에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더 큰 매력은 아트마켓이 정보교환의 장이 된다는 점. 조한익 안동시민회관 공연담당자는 “다른 공연장 관계자들에게 어떤 공연이 좋은지 물어보면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교환되는 정보 중 가격은 필수이다. 덕분에 아트마켓에서 판매되는 공연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지역 공연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연극 ‘라이어’의 경우 1회 기준 1,800만 원 정도에 판매된다. 다른 시기에 개별적으로 제작사에 문의할 경우, 이 공연은 2,000만 원 이상 줘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태훈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운영관리팀장은 이와 관련 “공연장들간의 정보가 원활히 오가기 때문에 제작사에서 최저가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자인 제작사 입장에서도 아트마켓은 도움이 된다. 고규미 마네트상사화 공연담당자는 “인지도가 낮은 중소 제작사들이 공연을 알리는 데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