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연준 자산매입 축소 시사에 유로존 금융시장 위험 커져"

ECB 이례적 강력 경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이 초래할 충격파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톤의 경고를 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이날 발표한 반기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시장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음에도 연준이 테이퍼링의 연내시행을 시사한 지난 5월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커졌다"면서 "유로 지역이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에 시급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ECB는 "올해 상반기에 빚어진 연준발 금융시장 쇼크는 채권시장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사전경고 수준"이라며 "(테이퍼링 우려로) 신흥국ㆍ기업 채권시장의 유동성은 물론 완충장치 역할을 할 현금까지 감소한 상태여서 이 같은 우려가 재발한다면 자산시장 전반의 피해는 더 증폭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적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어느 때보다 채권투자 비율을 늘린 상태임을 지적하며 유로존 금융권이 또 다른 충격에 노출될 우려 역시 그만큼 커졌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로존 국가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거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ECB의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 등 시장과 소통하는 통화정책이 더해져 차후 연준이 일으킬 2차 테이퍼링 쇼크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FT는 "유로존이 장차 찾아올 연준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라며 "고용·물가 등 미국 경기 전반을 관리해가기도 벅찬 연준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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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CB는 이날 디플레이션 우려를 막기 위해 거론되고 있는 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비토르 콘스타시우 ECB 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는 것은 '극단적 상황(extreme situations)'일 때만 가능하며 매우 신중히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바 있지만 유로존과 같은 거대경제권으로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ECB 통화정책이사회가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ECB 예치자금에 -0.1%의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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