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이슈] 美경기회복 낙관 못해 당분간 제한적 박스권

이라크 전쟁 이후 세계 주식시장 역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해 중장기 추세상 중요한 임계치에 근접해 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직전 고점이었던 600대 초 중반 부근에서 탐색 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심한 등락 과정이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는 세계증시와 동반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새로운 매수 주체로 등장해야 한다고 한다. 그간 종합주가지수를 500대 초반에서 100포인트 가량 끌어 올린 에너지는 일반인들의 머니마켓펀드(MMF) 환매 자금과 1조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활발한 장세 참여와 프로그램 매수의 추가 유입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현 시장의 고민이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에게 쏠려 있다. 외국인들이 매수 주체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쉬운 길은 선진국 증시가 현재의 임계수준(작년 12월 고점 수준)을 뛰어 넘는 강세장이 연출되는 경우다. 선진국 증시가 현 중기 저항 영역을 벗어난다면 이는 지난 3년간 진행돼온 선진국 증시의 약세장 마감을 의미할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추세 전환이 된다. 그럴 경우 글로벌 증시의 펀드 매니저들은 편한 마음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설사 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약세장의 긍극적 바닥을 잡았다는 사실은 중장기 관점에서 주식 매수에 커다란 유인책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대형 정보기술(IT)관련주로도 자연스레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한단계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아직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 많다. 낙관론자들의 기본 생각은 경기가 큰 틀에서 회복 중에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주가 상승도 이러한 `회복논리`를 일관되게 반영해온 결과로 믿는다. 하지만 주식을 제외한 채권, 통화, 상품가격 등 여타 가격변수는 사뭇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모든 가격 변수가 최근 주가 움직임처럼 미국을 축으로 하는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된다면 미국 금리는 상승해야 하고 달러는 강세로 전환되어야 하며 금값은 떨어져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일부 IT(정보기술)관련 주식들만이 아니라 경기 민감주들이 광범위하게 시장을 리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실질금리는 하락하고 있고 금값은 오르고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 역시 일부 낙폭이 컸던 IT 관련주와 금융주가 부분적으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참가자들만 경기회복을 믿고 있다는 얘기인가.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최근 주가 상승 배경을 다시 한번 살펴 보자. 이라크 전쟁 이전까지 글로벌 마켓의 쟁점은 경기의 방향성이었다. 경기 순환 지표들이 사이클상 중상위 수준에서 하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지표들의 바닥을 일단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많았다. 기업쪽에서는 전통적인 IT 비수기인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주가도 횡보했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 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자 지표 하강을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는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미국 IT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자 2ㆍ4분기 실적 악화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그간에 잠복해 있던 3분기 회복론이 점차 힘을 얻게 된 측면도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국의 채권시장은 시장을 아직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읽고 있는 반면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3분기 기업이익 회복론을 중시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론 여러 정황상 미국 증시가 긍극적인 추세 전환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보다는 아직 베어 마켓 랠리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최근 강세장의 배경이 된 1ㆍ4분기 실적 호전이 중국의 1ㆍ4분기 수요 피크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2분기 기업이익이 예상외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 기술적인 지표들도 과열 권에 있고 거래량도 작년 10월 중순 이후 수준 보다 낮다. 또한 최근 주가 상승과 궤를 같이 해온 각종 위험회피도 지표(옵션변동성, 신용스프레드)들이 단기 정점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단기 고점을 형성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 IT 관련주를 매수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일부에서는 타이완 주식을 매수했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지난 2001년 이후 타이완과 한국 증시에서 있었던 3번의 교체매매 경험을 살펴 보면 그 가능성은 낮다. 결국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새로운 매수 주체로 등장하려면 미국 경기의 회복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 증시의 추세전환이 가장 큰 결정 요인이다. 다만 3분기 회복론을 철회할 만한 시장 악재가 나오려면 아직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시장은 제한적인 박스권 형태를 띄면서 단기 기술적 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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