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소 철강업체 줄줄이 쓰러진다

환차손·제품가격 급락·거래실종으로 경영난<br>삼보·삼정 부도처리…양보·경부는 화의신청


중소 철강제품 수입유통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수직상승하자 눈덩이처럼 커지는 환차손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급락한데다 거래마저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경영난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지역의 중소 철강사인 삼보철강ㆍ삼정제강 등이 잇달아 부도 처리됐고 양보와 경부철강은 화의신청 작업에 들어갔다. 부산 최대의 철근 수입유통 업체인 삼보철강은 올 초 환율이 950원 안팎일 때 대규모 철근 수입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사들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근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부도를 맞았다. 삼보철강과 관계사인 삼정제강(스테인리스, 동 파이프 생산)은 모회사 부도 여파로 동반 부도 처리됐다. 현재 화의신청 작업이 진행 중인 양보는 조선용 파이프 등을 생산해 국내외에서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해 3,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기술력과 판매력을 가진 철강업체다. 하지만 부도위기에 몰려 채권단에 화의를 요청한 상태다. 김병수 삼보철강 이사는 “연초 대비 환율이 50% 가까이 오른데다 키코(KIKO), 파생상품 등에도 가입해 환차손이 막대하다”며 “여기에 최근 철근시장 유통가격이 대형 제강사들의 고시 가격보다 20~30% 낮게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안 될 정도로 시장수요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통과 실력이 있는 기업임에도 최근 환율 등 외부요인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문제가 철강제품 수입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포스코ㆍ동부제철ㆍ현대제철 등이 잇달아 감산에 돌입함에 따라 이들로부터 열연제품을 공급 받아 가공하는 냉연업체들도 동반 감산에 돌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장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철강제품 수입유통 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초 철강제품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앞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비교적 높은 가격에 수입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8월 이후 철강제품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현재의 고환율과 시장침체가 지속된다면 철강제품 수입유통 업계는 ‘부도 쓰나미’를 피해갈 길이 없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차손이 아무리 커도 일단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유동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철강제품 거래가 거의 실종됐다”며 “현재 중소 철강사들은 환차손과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버텨낼 체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라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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