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파이란

뒷골목 비주류인생에 찾아든 사랑최민식과 홍콩의 인기여배우 장바이쯔(張栢芝)주연의 '파이란'은 사회의 중심부로 편입되지 못하고 뒷골목을 배회하는 비주류인생의 삶을 그린 영화다. 새파란 후배들에게 제대로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가 하면 오락실을 방황하는 것이 주된 일과인 3류 건달 `강재'(최민식)의 삶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하다. 건달이긴 하지만 주먹질도 제대로 못하고 술이나 찾고, 청소년들에게 음란비디오나 권하는 가 하면 자존심이나 깡도 없는 생짜 양아치다. 어느날 자신이 속한 폭력배 보스와 술을 마시던 중 다른 조직의 조직원을 살해한 보스로부터 대신 감옥에 가 달라는 요구를 받은 그는 고민끝에 자신의 꿈인 배한척 살 돈을 받는 조건으로 응낙한다. 강재의 윤기없는 일상을 부각시킨 전반부는 저급한 욕설로 일관하는 양아치들의일거수 일투족에 카메라를 밀착시켜 현실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의 삶을집중적으로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그러나 친인척을 찾아 입국했다 만나지 못하고 불법체류자가 돼 국내에 눌러앉은 중국여인 `파이란'(장바이쯔)이 등장하면서 강재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직업소개소의 권유로 얼굴도 한번 본적 없는 강재와 위장결혼한 파이란은 세탁소에 취업해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위장결혼 덕분에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강재에 대한 연정을 키워간다. 지난 99년 '성원'에서 청순한 간호사 역할을 맡아 홍콩최고의 여배우로 부상한 장바이쯔의 섬세한 감성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돋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뭐니 뭐니해도 최민식의 연기가 시종일관 이끌어간 `1인극'같은 인상을 지우기 힘들 듯 싶다. 어리숙한 3류 건달이 만나본 적도 없는 여인이남긴 편지를 접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고난한 역정을 다양한 감정변화를 섞어 사실감있게 소화해냈다. 정작 최민식은 "장바이쯔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빛난 것이지 내가 혼자 이끌어갔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이 영화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건달이 `파이란'을 매개로 자기삶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게 된다는 `구원'을 그렸다"고말했다. 임권택 감독의 98번째 영화 '장승업'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된 그다. 그러나 강재가 후반부들어 파이란이 남긴 편지 한장을 접하고 자기자신의 삶에대한 격한 회한의 눈물을 쏟아내고는 새삶을 살기로 작심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어느정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일본을 방문했을때 아사다 지로의 소설 `러브레터'에 깊은 인상을 받아 1년이상의 시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썼다는 송해성 감독의 '카라'(99년)에 이은 두번째 연출작. 28일 개봉.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