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노조에 밀리면 신뢰 완전 상실"

정부 "노조에 밀리면 신뢰 완전 상실" 국민은행 사태로 불의의 일격을 맞은 정부가 다시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을 강행하는 쪽으로 의지를 추스리고 막후작업에 나섰다. 이대로 노조에 밀릴 경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14일 노벨평화상 수상후 귀국 즉시 이근영 금감위원장으로부터 유선으로 은행 합병추진상황을 보고받으며 구조조정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특히 하나ㆍ한미은행의 합병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ㆍ한빛은행 통합과 하나ㆍ한미은행 합병은 외국인 대주주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지만 국민ㆍ주택은행의 합병이 발표되면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ㆍ제주은행은 15일 위탁경영을 거친 지주사 통합을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속에서도 2차 구조조정이 강행됨에 따라 총파업을 선언한 금융노조측과의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어떤 명분으로 노조와 절충점을 찾을 지, 합병선언등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지 등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당혹감 추스리고 국민ㆍ주택 합병 강행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15일 주택은행과의 합병과 관련해 "대주주는 합병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근영 위원장도 김행장의 합병 추진 일시중단 선언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합병이 대주주의 의사에 의해 계속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이날 한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ㆍ주택은행이 합병을 추진할 경우 대등합병이 될 것이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의 맹공에 어이없게 무너진 국민은행 경영진으로 인해 한 때 당혹감에 빠졌지만, 상황을 조기에 매듭짓는 게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골드만삭스ㆍ매킨지등 국민ㆍ주택은행 협상 대리인들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합병발표 시점은 내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만 어떤 형태로 합병을 선언하느냐에 대해서는 고심중이다. ◇'우량+지방'합병 스타트 신한과 제주은행이 '우량+지방은행 짝짓기'조합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일단 경영자문계약 체결을 통한 위탁경영 형태로 출발했지만 향후 신한은행이 설립하는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통합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체결한 경영자문에 대한 이행합의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경영자문을 통해 제주은행의 자생력을 확보한 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금융지주사 설립 후 6개월 이내에 제주은행을 편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유형의 은행권 구조조정 방안들이 나왔었지만 경영자문계약 형태의 이 같은 방안은 금융계 최초의 시도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제주은행과는 '형제'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자문 실시시기는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투입과 제주은행 자구계획안의 이행이 완료되는 내년초 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와 관련 경영자문의 초기단계에서는 여신승인 절차등 위험관리체계 개선에 주력하고, 2단계로 영업력 강화를 위한 전략 및 프로세스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반발 어떻게 무마하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노조와의 대립이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신한ㆍ제주은행 경영자문 계약에 대해서 조차 제주은행 노조측이 크게 반발,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정호 제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양 은행의 기자회견 도중 한은 기자실에 들어와 "이번 계약은 원천무효이며 내주부터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ㆍ주택은행은 말할 것도 없다. 두 은행 노조는 15일 금융노조에서 회의를 연 뒤 "공동투쟁위원회를 설립해 앞으로 두 은행 노조가 공동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두 은행의 합병이 공식화할 경우 금융노조의 파업명령에 따라 오는 28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조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묘안은 없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노조측에 명분이 없다"고 말했지만, 노조측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극한투쟁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노사정위등을 통한 절충점 찾기에 들어가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성화용기자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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