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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때 묻지않은 山河에 정 묻어나는 사람들

인심의 고장 전남 구례<br>화개장터, 약초전·어물전·채소전 수 백년전 모습 그대로

구례 오산 사성암

화개장터에서 아주머니가 약초를 다듬고 있다.


때 묻지않은 山河에 정 묻어나는 사람들 [리빙 앤 조이] 인심의 고장 전남 구례화개장터, 약초전·어물전·채소전 수 백년전 모습 그대로 전남 구례=글ㆍ사진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구례 오산 사성암 화개장터에서 아주머니가 약초를 다듬고 있다. “여그 구례로 말할 거 같으맨 산도 좋고 물도 좋지만 인심이 제일이지라잉~” 지리산 자락을 뼈대로, 드넓은 구례 평야를 살갗으로, 산하의 사이사이를 흐르는 섬진강을 핏줄로 하는 전남 구례. 지리산과 섬진강을 찾아 구례에 발을 디딘 이들은 때묻지 않은 자연에 놀라고 이곳 사람들의 때묻지 않은 인심에 놀란다. ◇화개장터=시골 특유의 인심이 넘쳐 흐르는 곳은 수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화개장터. 서울에선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쉽사리 둔갑하지만 화개장터에서 만큼은 절대 불가능이다. 상인들이 직접 가꾼 채소나 지리산에서 캐낸 나물 등을 가져다 팔기 때문에 맛과 품질도 빠지지 않는다.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지리산 도라지는 가지고 있는 상인이 많지 않으나 장터에서 누군가 산도라지를 팔고 있다면 물어 물어서라도 알려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인심이다. 단 사고자 하는 물건을 제대로 찾으려면 전라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줘야 상인들도 흥이 나 인심이 후해진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귀띔이다. 해방 전까지 화개장터는 윗마을 구례와 아랫마을 하동 사람들은 물론 순천, 남원 등지를 아우르던 전국 5대 장터였다. 현재 규모는 작아졌으나 약초전부터, 어물전, 채소전, 쌀전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옛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있다. 어물전 규모도 해안지방 장터에 빠지지 않아 외지인들은 이곳 장터를 찾아 생선을 살 때마다 “산간지방에 와서 괴기(전라도 사람들이 생선을 지칭하는 방언)를 사니 기분이 야릇하다”고 농을 섞기도 한다. 화개장터는 지금도 매달 3ㆍ8일(3ㆍ8ㆍ13ㆍ18ㆍ23ㆍ28일에 열린다)에 열리는 5일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외지인들도 장이 서는 날이면 이곳을 찾아 지리산 정기를 머금은 더덕, 도라지, 산나물 등을 구하러 다닌다. 때문에 읍내 상설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장날에는 화개장터로 모여든다. 장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밥집이다. ‘뻥’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을 찾아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뻥튀기상 뒤쪽으로 돼지국밥집이 있다. 돼지내장을 쓴다고 하여 이곳 사람들은 국밥을 두고 ‘똥국’이라고 하는데 가마솥에서 우려낸 진국의 맛이 일품이라 구례 노인들은 장이 서는 날이면 국밥집에 모여 회포를 푼다. 동네 아낙들에겐 그 옆 팥국수집 인기가 제일이다. 단돈 2,000원에 팥 향이 진한 팥국수를 무한 리필로 맛볼 수 있는데 할머니들은 “장이 설 때마다 동무들을 만나 이곳 팥국수를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로쇠 수액=이 맘때 지리산 하면 떠오르는 고로쇠 수액도 이곳 장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18ℓ들이 한 통에 5만원이며 구정 직후 경칩(양력 3월6일) 전후에 채취량이 가장 많고 3월말이 되면 채취가 중단된다. 70~100년 묵은 나무에서 채취하는 생체수인 고로쇠 약수는 물보다 40배 많은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고 에너지원인 무기질도 풍부하다. 특히 고혈압, 신경통, 위장병, 담석증, 변비, 피부미용, 산후통 등에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살아나지만 냉장 보관을 하지 않을 경우 3~4일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지리산 한화리조트(061-782-2171)에서는 고로쇠 토종닭백숙, 고로쇠 갈비구이, 고로쇠 생과일주스 등 지리산 고로쇠를 이용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오산 사성암=섬진강 벚꽃길이 있는 문척면 죽마리에는 구례평야와 섬진강, 멀리 지리산 자락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산(531m) 사성암이 있다. 화엄사를 창건한 백제의 연기조사가 544년 세운 이곳은 오산암으로 불리다가 원효, 도선, 진각, 의상대사 등 네 성인이 수도를 하였다 하여 사성암으로 개칭 됐다. 오산 입구까지 가면 사성암에서 운행하는 셔틀로 정상 바로 밑에 오를 수 있는데 구비구비 산길을 한달음에 오르는 스릴이 웬만한 롤러코스터 못지 않다. 스릴 만점 셔틀이 싫다면 셔틀 정류장에서 좀더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등산코스를 이용할만하다. 길은 가파르나 서두르면 40분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섬진강 드라이브 코스 곡성~하동길 산수유꽃에 취합니다 운전조심하세요 성질 급한 매화, 산수유가 3월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지만 바람이 아직 차 섬진강의 봄은 예년보다 10~14일 가량 늦은 3월 중순에나 시작될 모양이다. 산수유, 진달래가 만개한 춘삼월 강변길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곡성에서 광양까지 이어지는 200리 섬진강 드라이브 코스는 지금 가도 봄기운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섬진강 드라이브 코스는 곡성군 압록유원지에서부터 시작된다.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유곡유원지를 지나 구례구역에 이르면 18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이 길이 3월말에 이르면 산수유꽃이 만개해 노란 빛으로 물들고 산수유 열매가 열리면 붉게 물든다. 사성암이 있는 문척면에 이르면 섬진강을 따라 19번 국도를 타고 남도대교 방향으로 나간다. 이 길이 경남 하동으로 가는 남해고속국도로 이어진다. 19번 국도의 아름다움은 4월 벚꽃철이 되면 절정에 달한다. • 나도 책 한권 써볼까? • "소변에 거품이… 혹시 만성 콩팥병?" • 책쓰기 관련 도서 • '석회화 건염' 운동으로 예방을 • 기획서 쓰는 법 • 색·향기·노래의 유혹-놀이공원 '봄 바람' • 때 묻지않은 山河에 정 묻어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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