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결단의 순간-박성용 금호그룹명예회장/“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

◎동생에 경영권 이양 대용단/형제간 우애 돈독·예술사랑 깊어/박정구 회장 극구만류 불구 단행/현악4중주단 창단 문화전파 열중『내가 그룹총수에 오른 것은 잘나서라기보다 단지 장남이었기 때문이다. 뛸 수 있을 때 뛰어야 한다. 너도 더 나이들기 전에 회장을 맡아 경영능력을 마음껏 펼쳐보기 바란다.』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은 바로 아랫동생인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박정구 회장은 『형님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벌써부터 사랑방에 들어가 영감이 될 작정이냐며 형님을 말렸으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경영권 이양배경을 설명한다. 박명예회장(당시 회장)이 올해 초 그룹회장직을 박회장(당시 부회장)에게 물려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는 『박명예회장이 전·노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에 혐오감을 느껴 사퇴했다』는 설이 떠돌았다. 그렇지만 퇴진이유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경영권을 놓고 형제나 숙질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게 우리나라 재벌환경이고, 비자금사건에는 금호보다 규모가 큰 그룹총수들도 대부분 연루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호는 그룹 경영상태가 건실하고 박명예회장의 나이도 올해 64세로 정력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또 정치나 학계로의 외도계획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퇴임한지 반년이 지나면서 박명예회장의 결단이유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형제간 우애를 유난히 강조하고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그에게 있어 총수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금호는 현재 박성용 명예회장을 비롯 박정구회장, 박삼구아시아나 항공사장, 박찬구 회장부속실 사장 등 형제들이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음 회장도 동생들이 돌아가며 맡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얘기까지 돌 정도. ▲서울대 문리대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장관 경제비서관 ▲서강대 경제학 교수…. 박명예회장의 개인이력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보면 『자연인으로 돌아 가겠다』며 총수직을 미련없이 버린 결단의 순간을 짐작하는게 어렵지 않다고 그룹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박명예회장은 요즘 자신이 창단한 금호 현악4중주단을 이끌고 전세계를 누비며 국내 문화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때때로 동행한 기자들 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한다. 첼로의 매력에 빠져 최근에는 첼로 강습도 받고 있다. 그룹 경영때문에 못해왔던 음악당 건립도 추진중이다. 『부지선정에 애를 먹고 있지만 조만간 결실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이 음악당은 약 5백억원이 투입돼 국내 최고수준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예술을 왜 그렇게 강조하냐고요.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지요』. 『한마디로 홀가분하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박명예회장의 말이다.<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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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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