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는 달리 올 가을은 우울하기만 하다. 경기침체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될 대로 위축된 데다 태풍 `매미` 로 전국이 온통 고통을 받고 있다. 농경지 피해로 수확은 크게 줄어 들고 항만 및 도로 파손으로 물류 차질도 엄청나다. 노사분규가 꺾여 한 숨 돌리는가 했더니 태풍이 또한번 한국경제에 큰 상채기를 냈다.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다.
농산물의 작황이 쭉정이나 다름없어짐에 따라 농수산물 가격이 뛰어오르며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물가 마저 뛰어올라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 컨테이너 항만의 크레인이 정상을 되찾으려면 10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니 수출입 화물처리도 걱정이다. 수출이 홀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상황에서 수출전선마저 비상등이 켜진다면 올 3%성장이 가능할지도 걱정이다. 정부는 광양항 등 다른 항만을 활용해 수출입화물의 물류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장기적ㆍ근본적인 처방인 아니다.
농민들로서는 악재의 연속이다. 태풍 피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친 데다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 협상이 농산물 수입국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대문이다. 14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각료 선언문에서 농산물 개방확대를 담을 경우 국내 농가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고 농민들의 저항도 드세져 농촌에는 `매미`에 이어 WTO의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당분간 태풍 피해 복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심을 얼마나 추스를지 의문이다. 일단 정부는 태풍 피해를 입은 가계와 기업에 세금납부를 연기해주고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농민들의 상채기를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피해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재정지원을 늘려 복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잇단 피해대책 회의를 가진데 이어 16일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열어 추가적인 복구지원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도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태풍 `루사`가 훑고 지나간 자리를 이런저런 핑계로 늑장대응하다 예산만 날리고 피해는 피해대로 봤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이런 허술한 대책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국정감사는 오는 22일부터다.
<정문재기자 timiothy@sed.co.kr>